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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칸에서 전투식량 파는 DMZ 열차

중앙일보 2014.05.13 01:26 종합 20면 지면보기
도라산역에 도착한 ‘평화열차 DMZ 트레인’에서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다. 관광객들은 도라전망대와 제3 땅굴, 도라산 평화공원 등을 둘러봤다. [전익진 기자]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약 1시간10분 뒤 임진강 철교에 접어들었다. 임진강을 둘러싼 철조망은 이 지역이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철교에 접어들기 직전 자유의 다리가 보였다. 6·25 전쟁 때 국군포로 1만2000여 명이 남으로 돌아올 때 건넜던 목조 다리다. 임진강을 건너는 동안 전쟁 당시 폭격으로 교각만 남은 옛 철교가 관광객을 맞았다. 실향민으로 보이는 관광객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성규(61·자영업·서울시 방배동)씨는 “분단의 현장이 보존돼 있는 민통선 안까지 기차를 타고 관광하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도라산 4년 만에 운행
철조망 넘어 민통선 안으로
평화공원서 생태 체험하고
제3 땅굴 등 찾아 안보관광



 열차는 7∼8분 뒤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도라산역은 DMZ(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남한의 최북단 역이다. 열차에서 내린 일부 관광객은 도라산평화공원을 찾았다. 역에서 300m 거리여서 걸어서 갈 수 있다. 평화공원은 경기도가 2008년 9월 110억원을 들여 9만9545㎡ 규모로 조성했다. 한반도 모형 생태연못과 DMZ 자연 생태자료 등을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는 전시관 등이 있다. 나머지 관광객은 셔틀버스를 타고 주변 안보관광지를 둘러봤다. 제3 땅굴과 도라전망대 등이 가볼 만한 곳이다. 도라전망대(해발 156m)에서는 북한 최남단 마을인 DMZ 내 기정동 마을과 개성공단 등을 볼 수 있다. 안보관광지를 둘러보려면 도라산 역에서 별도의 이용권(어른 기준 8700원)을 구입해야 한다.



 지난 4일 운행을 재개한 ‘평화열차 DMZ 트레인’의 모습이다. 이 구간 열차 운행은 2009년 관광객의 월북 시도로 2010년 6월부터 중단됐다. 경기도와 통일부, 육군, 코레일 등은 열차 운행 재개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이날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평화열차는 통근형 디젤전동차를 개조해 만들었다. 136명 좌석의 열차는 서울역∼도라산역을 하루 2회 운행한다. 매주 월요일과 주중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오전 8시30분과 오후 1시40분 서울역을 출발해 능곡역, 문산역, 임진강역에 정차한 뒤 도라산역에 도착한다. 열차 운행시간은 1시간20분(편도)이다. 요금은 주중(편도) 8700원, 주말 8900원이다. 관광객들은 민통선을 넘기 직전 역인 임진강역에서 군 당국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객차 3량의 이름은 각각 평화실, 사랑실, 화합실로 지었다. 각 객실에는 철도, 전쟁, 생태 등 테마별 사진 수십여 점이 전시돼 있다. 카페 칸에서는 군용건빵, 전투식량, 주먹밥, 끊어진 철조망 등 군사·DMZ 테마상품도 판다.



 개통 이후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이 열차를 이용한다. 주로 실향민들과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다. 유호식(37·서울 상계동)씨는 “제3 땅굴 등 안보관광지는 초등생 자녀가 분단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교육장소로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평화열차를 미완의 열차로 부른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횡단철도의 시작점이 도라산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도라산역의 정식 명칭은 ‘도라산 국제역’이다.



글, 사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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