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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에게 웬 등근육? 암살 공포 그만큼 크지 않았을까

중앙일보 2014.05.13 01:21 종합 21면 지면보기
영화 ‘역린’의 현빈
지난 주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역린’(4월 30일 개봉, 이재규 감독)은 배우 현빈(32)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는 연기에 한창 물이 오른 3년 전, 돌연 해병대에 입대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복귀작 또한 범상치 않은 작품을 택했다. 영화는 정조 암살미수사건인 정유역변(1777년)을 소재로 한 팩션 사극이다. 현빈은 자신의 첫 사극인 ‘역린’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정조를 만들어냈다. 정순왕후(한지민)가 이끄는 노론 세력에 맞서 영민한 개혁군주로 성장해가는 청년 정조의 모습이다. 현빈은 “정조를 연기하며, 정조가 얼마나 처절하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00만 돌파 '역린'의 현빈
군 제대 후 첫 작품 … 사극도 처음
'작은 일에 최선 다하면 …' 대사
내게도, 관객에게도 힘 됐으면

 - 복귀작으로 ‘역린’을 택한 이유는.



 “정조 역을 제안받고 시나리오를 읽는데 정조는 물론 정조를 죽이려는 살수(조정석), 정조를 지키려는 상책(정재영) 역할도 탐이 났다. 희한한 시나리오였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 촬영장에 다시 선 느낌은.



 “군에 있을 때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빨리 내 자리를 찾고 싶다는 욕망도 컸다. 촬영장에 다시 서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선배 배우들이 큰 힘이 됐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묻어갈게요’라고 했다.”



 - 이전 출연작과 달리 멜로라인이 전혀 없다.



 “대신 남자들 간의 끈끈한 우정이 있다. 형제처럼 돈독한 정을 쌓는 정조와 상책의 모습이 부각된다. 멜로라인이 없는 작품을 처음 해보니 재미있고 색달랐다.”



 - 인간 정조를 어떻게 이해했나.



 “연민이 느껴졌다. 그를 후천적 천재라고 평가하는데,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임금 정조가 아닌, 인간 이산(정조의 이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 등 근육이 그렇게 발달한 왕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등 근육을 어떻게 만들었나.



 “시나리오에 ‘팔굽혀 펴기하는 정조의 등 근육이 세밀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왕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정조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존현각 한구석에서 외롭게 책을 읽고, 몸을 단련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세밀한 등 근육은 정조라는 인간의 한 단면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맨몸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역기를 들고 운동하진 않았을 테니까.”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몸만들기와 촬영을 한 달 반 정도 병행했다.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 식단조절 때문에 야식 한번 못 먹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까지 겹쳐, 그때만큼은 정조처럼 처절하게 생활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회의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그게 정조의 고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나.



 “작품 끝나고 나서 만화로 된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기회가 되면 세종대왕 역도 해보고 싶다. 후천적 천재인 정조를 연기했으니, 선천적 천재인 세종도 해보고 싶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결국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구절이다. 내게 힘이 된 이 말이 관객의 가슴에도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현 시국과 맞물려 그 메시지가 더욱 크게 와닿는 것 같다.”



 - 반듯한 이미지 때문에 갑갑하지는 않나.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배우가 그렇게만 살 순 없지 않나. 그래서 가끔 사람들을 불러 낮술을 마시기도 한다. 언젠가 이중인격자 역할도 해보고 싶다.”



정현목·김나현 기자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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