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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 나선 은행

중앙일보 2014.05.13 01:04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고객의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 경영전략이다. 사진은 국민은행 직원(왼쪽)이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 윤리적인 영업문화 정착에 앞장

요즘 은행들의 화두는 신뢰다. 그중에서도 고객과의 신뢰 회복이 지상과제다. 그간 크고 작은 금융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이러다간 큰 탈이 나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사실 대다수 은행은 단기 실적에만 몰입해 고객을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만 삼아 왔다. 내부적으론 실적 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쳐 원칙·절차를 무시한채 동료를 밟고 조직에 해를 끼치는 일도 많았다.



신뢰 회복의 방법론은 단기성과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 윤리성을 고려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윤리경영이다. KB국민은행이 경영혁신을 위해 내세우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또 다른 이름의 윤리경영이다.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각자에게 알맞은 상품과 서비스를 적법하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는 게 그 요체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은 여러 실천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체계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폐지한 것이 눈에 띈다. 그 대신 고객 중심의 성과관리체계인 가치향상지수(VI·Value-up Index)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적법하고 윤리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이 지수 도입의 취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고객지향적 성과관리 TFT’를 운영해 VI를 비롯한 여러 성과관리 개선 방안을 만들었다. 이들 방안은 직원들의 성과 평가에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밀어붙이기보다는 권고하고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과거 영업점 간 과당 경쟁과 무리한 영업의 원인이 됐던 지점장 종합평가 기준도 개편해 재무성과 결과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올바로 실천하는 과정과 역량 평가를 강화했다. KPI 등수로 줄을 세워 성적이 나쁜 영업점장들을 편법과 비윤리적인 영업 유혹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근절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3월에는 은행장 직속으로 ‘스토리 금융 구현 TFT’를 구성해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전파를 위해 본부의 고객 관련 제도와 프로세스를 고객 이익에 부합하도록 전향적으로 혁신해 오고 있다.



고객 중심 현장형 서비스를 위해 고객만족도조사(CSI) 도 지점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적인 설문조사를 폐지하고, 영업점장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서비스활동을 하도록 개선했다.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만을 사갈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도 고객의 성공 스토리창출을 위해 일하는 윤리적인 영업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그동안 은행원의 노골적인 상품 권유가 부담스러웠던 고객도 보다 편안하게 은행 일을 볼 수 있고, 직원도 실적을 위해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만을 판매함으로써 장사꾼이 아닌 금융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이런 고객 중심 경영혁신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이다. 고객과 은행이 상생하며 발전하는 새로운 은행 영업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기대된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eoms@joongang.co.kr/사진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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