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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데이터' 라더니 … 인터넷전화는 막았네

중앙일보 2014.05.13 00:58 경제 4면 지면보기
최근 한 이동통신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한 박모(42)씨는 카카오톡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인 ‘보이스톡’을 통해 미국에 유학을 간 딸과 통화하다가 난처한 일을 겪었다. 방금까지 또렷하게 들리던 딸의 목소리가 자주 끊기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한 것이다. 알고 보니 데이터 이용 한도를 넘어서 발생한 일이었다. 박씨는 “수시로 보이스톡을 하는 편인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서 mVoIP는 사용에 제한이 있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일정 한도 넘으면 서비스 차단
데이터 셰어링, 무선인터넷도 제한
업계선 "특정인 과다 사용 방지"

 

지난달 초 이통 3사가 내놓은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가입자 14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6만원대(24개월 약정 기준) 요금으로 음성·문자는 물론 초고속 데이터까지 별도의 추가 요금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만든 덕분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진짜 ‘무제한’은 아니다. 우선 mVoIP를 무제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mVoIP는 분당 수백원씩 과금되는 국제전화 요금을 아낄 수 있어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12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LTE전국민무한75)과 LG유플러스(LTE 8, 무한대 80)는 월 사용량을 350MB로 제한했고, KT(완전무한 79)도 600MB의 사용량만 제공한다. 이 이상 사용하면 통화 품질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통화가 차단된다. 이통업체 관계자는 “통상 1MB면 mVoIP로 2분을 통화할 수 있는데, 월 700~1200분 이상 모바일인터넷전화를 사용한다면 일반적인 경우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2대 이상의 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나눠 쓰는 ‘데이터 셰어링’도 제약이 있다. SKT·KT는 한도내에서 제공하고, LGU+는 아예 데이터 나눠쓰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을 쓰게 해주는 테더링도 회사마다 한도가 다르다. 테더링은 태블릿·노트북PC를 스마트폰에 무선인터넷으로 연결해 웹서핑 등을 하는 기능이다. KT는 기본 제공량에 하루 2GB씩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해 테더링 한도가 가장 많다. LGU+는 하루 2GB까지 테더링을 이용할 수 있으며, SKT는 매월 기본 제공 데이터량 이내에서만 쓸 수 있다. 테더링에 제약을 두는 것은 상업용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특정인이 데이터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일반 이용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제약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제약은 앞으로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 망중립성은 누구나 평등하게 인터넷망을 쓸 수 있고, 망 사업자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법무법인 정률의 정관영 변호사는 “앞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체계가 점차 확산되고 대용량 콘텐트 보급이 가속화되면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망중립성 논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아직 큰 그림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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