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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클린턴 가문 앞에서 산소가 고갈된 오바마

중앙일보 2014.05.13 00:34 종합 29면 지면보기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벌써 오바마 가문이 아니라 클린턴 가문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일가 사람들의 한 말씀 한 말씀이 도처에서 화제다. 경제 운용과 소득 불균형에서 건강한 식습관까지···.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는 것은 모교 조지타운대에서 경제 정책을 설명하고 사실무근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을 비판하는 빌 클린턴의 연설 사진이다.



 잡지 『폴리티코』 최신호는 힐러리와 언론의 애증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실업률이 대폭 하락했다는 백악관발 기쁜 소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딸 첼시 클린턴도 이목을 끈다. 잔잔하게 웃는 첼시의 모습이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의 표지를 장식한다. 첼시가 어떻게 “가업을 이어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지”를 설명한다. 첼시의 임신 소식을 정치 차원에서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영국에 윌리엄 왕세손의 첫아들 조지가 있다면 미국엔 첼시의 태중 아기가 있다.



 민주당 정권의 ‘왕가’였던 클린턴가는 다시 권력 탈환을 하려고 안달하는 모습이다. 마치 오바마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최근 리더십을 ‘이어달리기’로 묘사했다. 권력에 지친 오바마가 바통을 빨리 넘겨줄 준비가 되었다면 클린턴은 언제라도 이를 잡아챌 준비가 돼 있다. 넘겨받은 바통으로 오바마의 머리를 몇 대 시원하게 내려칠지도 모른다.



오바마의 ‘재위’는 점점 핏기를 잃어간다. 클린턴 가문도 딱히 새로운 피는 아니지만, 한때 대중을 열광시켰던 오바마보다는 분명 더 많은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42대 대통령 가문이 44대 대통령 가문으로부터 행정부 권한을 넘겨받아 45대 퍼스트패밀리 자리를 차지할 참이다.



 한 유력 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오바마는 현재 “완전히 클린턴 가문의 수중에 있다.” 클린턴가 사람들의 엄청난 존재감 때문이다.



 2008년 대선 당시, 클린턴 부부의 분노와 복수심을 일깨우며 신참 정치인 오바마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뒤엉킨 클린턴 시대의 혼란을 넘어 새로운 정치시대가 열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린턴 가문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한때 힐러리를 쫓아내는 데 일조했던 이들은 그녀와 함께 웃어야 할 어색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서맨사 파워 미 유엔 대사는 최근 “힐러리를 ‘괴물’이라 불렀던 걸 후회한다”며 “힐러리는 매사에 엄격함과 확신을 가지고 임한다”고 평가의 방향을 틀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한 클레어 매카스킬 상원의원은 “내 딸 곁에 빌 클린턴이 오는 게 싫다” “힐러리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어색하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힐러리 시대를 맞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오바마를 자신의 아버지 케네디 대통령에 비유했던 캐럴라인 케네디는 “힐러리가 원한다면 출마했으면 좋겠다. 그녀라면 아주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억만장자 데이비드 게펜은 또 어떤가. 2008년 할리우드에서 오바마를 위한 대대적 모금행사를 처음으로 주최하고 “클린턴 부부가 거짓말에 능수능란해 마음이 불편하다”며 등을 돌렸던 그다. 지금은 힐러리를 “비범하고 똑똑하며 많은 걸 성취한 여성”이라고 높이 사며 2016년 힐러리의 취임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3년까지 국방장관을 역임한 리언 패네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21세기 미국의 역할을 아직 정의하지 못했다”며 “오바마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힐러리라면 분명히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리라던 오바마는 표류하고 있고, 미국 국민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힐러리가 오바마와 거리를 둘 때마다, 힐러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에서 소련 국기에 등장하는 망치와 낫을 휘두를 만큼 ‘터프’하다고 힐러리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오바마 측근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오바마 측근 중에는 힐러리가 20여 만 달러를 받으며 골드먼삭스에서 연설하는 대신 여성에게 이로운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추진을 지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건 자승자박이다. 자신을 밀어준 사람과 좋든 싫든 의리를 지키고 정적의 힘을 꺾는다는 일반적 정치 관행을 무시한 것도, 한결같이 충실한 조 바이든 부통령을 제치고 힐러리를 다음 후보로 여기도록 만든 것도 오바마였다.



 오바마의 최고 정치 고문으로서 대선 승리를 이끈 데이비드 플루프는 “힐러리가 원한다면 자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알 헌트에게 힐러리에게 도전장을 내밀 민주당 정치인에게는 “남은 공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낙담하며 깨달은 것처럼 그에게도 남은 공기가 이제 거의 없다.



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5월 3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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