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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작은 영웅이 대접받는 해경을 기대하며

중앙일보 2014.05.13 00:33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해양경찰이 뭇매를 맞는 요즘이다. 알다시피 세월호 사고 때문이다. 초기 구조에서 탑승객 숫자 파악에 이르기까지 잇따라 비틀거렸다. 그로 인해 해경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수뇌부에서 말단 순경에 이르기까지 모두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해경엔 제 몸 돌보지 않고 현장에 뛰어든 작은 영웅들이 있었다.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중국 불법 어선 어부들을 제압하는 와중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다친 해경은 부지기수다. 국내 어민들을 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다.



 이뿐 아니다. 올 초 부산 태종대 앞바다에선 기름이 줄줄 새는 8만8000t급 대형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에 해경 특수구조단 2명이 달라붙었다. 연료공급선과 충돌해 기름이 흘러나와서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현장이었다. 바다엔 높이 3m 파도가 쳤다. 그런 상황에서 신승용(42)·이순형(36) 경위(당시는 경사)는 뱃전에 맨 밧줄에 매달렸다. 1시간30분 동안 기름을 뒤집어 써가며 구멍을 틀어막았다. 온몸에 기름 독이 오르면서도 임무를 완수했다. 이들 덕에 해양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금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에서 구조·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첫날 현장에 달려가 12일까지 27일째다. 이 경위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들·딸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바다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풍랑주의보 때문에 들어가지 못할 땐 죄송스러움이 더 컸다고 했다.



 다른 해경 잠수부들도 그렇게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구조·수색을 하고 있다. ‘30분 잠수 후 24시간 휴식’이란 규칙을 지키는 건 사치라고 했다. 시신을 본 것 같다며 물에서 나오자마자 산소통을 갈아 메고 바로 다시 바다에 들어가기 예사다. 백대륙(36) 경장은 수색을 하다 뭔가에 이마를 부딪혀 10바늘을 꿰매고도 바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역시 온 힘을 쥐어짜내 임무를 수행하는 작은 영웅들 아닐까. 하지만 이들은 지금 풀이 죽었다. 지휘부가 대응을 잘못해 해경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서다. “실종자 가족 볼 면목이 없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들 한다.



 이들이 대체 무슨 죄일까. 따져보면 세월호 전에도 해상 안전과 구조를 책임지는 현장 요원들의 사기는 높지 않았다. 때론 영웅담을 꽃피웠지만, 이들은 대체로 해경에서 고위직에 오르지 못했다. 총경 이상 고위 간부 67명 중에 구조와 관련한 잠수직 출신은 단 1명뿐인 게 해경의 현실이다.



 세월호 전에도, 세월호 후에도 현장의 작은 영웅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만든 건 온전히 해경 지휘부의 책임이다. 새로 태어날 해경은 이런 작은 영웅들이 박수와 존경과 우대를 받는 조직이 되기를 기대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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