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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 내수주, 살펴보니 고정관념

중앙일보 2014.05.13 00:27 경제 8면 지면보기
급등하던 원화 값이 달러당 1020원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주 말 외환당국이 ‘저지선’을 치고 나선 데다 달러 약세 흐름도 한풀 꺾이는 기미가 나타나면서다.


2010년 이후 세 차례 분석
자동차 등 수출주 되레 강세
환율보다 경기 흐름에 민감



 환율 변수를 둘러싼 주식시장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보다는 실적, 업종보다는 종목을 보라”고 권한다.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한계는 있는 데다 우리 증시의 ‘환율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분석에서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강세로 가면 수출주보다는 내수주가 각광을 받기 마련이다. 원화가 오르면 수출기업들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수입 원가는 떨어지고 소비가 늘면서 내수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종목부터 많이 바뀌었다. 지난달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와 기아차, LG전자 같은 대표 수출주가 이달 들어서는 한국전력, 삼성화재, SK텔레콤, KT&G로 대체됐다.



 하지만 수출주라고 모두 외면받는 건 아니다. 외국인들은 대표 수출주인 SK하이닉스를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사들이고 있다. 주가도 꾸준히 상승하며 12일에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러브콜’의 배경은 환율의 힘을 압도하는 실적이다.



 내수주라고 주가가 모두 강세인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히는 여행주나 유통주는 좀체 맥을 못 추고 있다. 주가가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보다는 구조적 업황에 더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황용주 연구원은 “환율과 해외 출국자 수 간의 상관관계가 2008년 이후 옅어지고 있다”면서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원화 강세=내수업종’이라는 도식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삼성증권이 2010년 이후 대표적 원화 강세 기간 중 업종별 주가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내수주의 선전’은 뚜렷하지 않았다. 예컨대 2010년 5월~2011년 8월 원화 강세기에 자동차 업종은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유통(55.2%), 소비재(30.5%) 업종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2013년 6월~2014년 1월 강세기에는 조선업종(32%)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수출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가 확대되고 환율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개선되면서 업종별로 환율 수혜 여부를 가리는 건 큰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그보다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실적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이 구간을 더 잘게 나누어 분석한 결과도 엇비슷하다. 2011년 이후 원화가 강세를 보인 여섯 구간 중 네 구간에서 수출주가 내수주보다 오히려 강세였다. 특히 전형적인 내수주인 음식료 업종의 경우 고정관념과 달리 원화가 약세일 때 시장 평균 대비 수익률이 좋았다. 환율 영향보다는 경기 흐름에 덜 민감하다는 특징이 부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환율 절상’이라는 결과만큼 ‘수출 증가’라는 원인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원화 가치가 오르는 시기는 대개 수출이 잘 되는 시기다. 절상 속도가 너무 빠르지만 않다면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채산성 악화의 충격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4월은 수출 성수기가 아님에도 수출 물량이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면서 “원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지 않는다면 그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자동차와 정보기술(IT)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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