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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우리' 동양문화 쌀농사 덕

중앙일보 2014.05.09 03: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열차·버스·철길이 있다. 관련 있는 두 개를 짝지으라고 하면 서양인은 ‘열차와 버스’, 동양인은 ‘열차와 철길’을 많이 고른다. 서양인은 ‘탈것’이라는 추상적 공통점을, 동양인은 ‘철길 위를 달리는 열차’란 기능적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분석적 사고, 후자는 전체론적 생각(holistic-minded)이다.


사이언스에 논문 … "밀농사보다 주위 일손 더 필요"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지금까지는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사회가 개인화된다거나(근대화 이론) 전염병이 흔한 지역에선 외부인에 배타적이고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는 추측(병원체 유행 이론)이 많았다. 8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이 같은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학생인 토머스 탈헬름은 이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로 다른 농경 전통이 문화적 차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동양과 같이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선 밀농사 지역에 비해 농사 기간이 길고 주위 일손을 빌려야 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이웃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고 ‘나’ ‘부분’보다는 ‘우리’ ‘전체’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탈헬름은 양쯔강 남북 6개 지역의 한족(漢族) 대학생 1162명을 대상으로 심리 실험을 했다. 양쯔강 이북은 밀농사, 이남은 벼농사를 많이 짓는다. 실험 결과 벼농사 지역 출신 학생은 밀농사 지역 출신에 비해 동양 문화적 특성이 강했다. 사고 방식이 전체론 적이었고 상호의존적 성향을 보였다. 1인당 GDP(근대화 이론)나 전염병 발병 규모(병원체 유행 이론)는 이 같은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다.



탈헬름은 “벼농사를 주로 짓는 일본·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근대화됐음에도 서양이나 중국 북부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덜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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