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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세월호 1시간 둘러보고 "양호" 판정

중앙일보 2014.05.09 01:54 종합 8면 지면보기
세월호 침몰사고 50여 일 전에 이뤄진 해경의 특별안전점검이 경찰관 한 명이 주도해 불과 1시간여 동안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결과 세월호는 비상훈련·안전시설·고박장비·구명장비 등 이번 참사에서 핵심 문제로 지적된 부분에서 모두 ‘양호’ 판정(본지 4월 21일자 12면)을 받았다. 국내 최대 규모 여객선 세월호에 대한 안전점검이 날림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고 50일 전 부실 안전점검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이 8일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인천해경 서모 경사는 한국선급 등 관련 기관 관계자 4명을 데리고 지난 2월 25일 여객선 5척(세월호·서해누리호·대부고속카훼리5호·레인보우호·플라잉카페리호)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였다. 조타와 기관 등 분야별로 30여 개 항목을 점검하면서 1척당 1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이들은 점검표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후타실 등 비상 조타 관련 부분은 확인도 하지 않았다. 황 의원은 “세월호 같은 초대형 여객선은 내부를 걸어 다니는 데만도 1시간 가까이 걸린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안전점검을 끝마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또 세월호가 출항하던 시각인 4월 15일 저녁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해경이 한 명도 근무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선의 운항통제권을 지닌 인천해경은 인항파출소 소속 경관을 1명씩 일일교대 방식으로 터미널에 근무시키고 있는데, 당시 근무자가 세월호 출항 30분 전에 퇴근한 사실이 근무일지를 통해 확인됐다.



 황 의원은 “세월호 출항 직전까지 저시정주의보(시정거리 500m 이하일 때 발령되는 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학생 수백 명이 타고 있었는데 현장에 해경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해경에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목포해경 상황실과 경비함정 간 교신 내역’도 요구했으나, 해경은 “TRS(테트라)를 이용한 교신 내용은 녹음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열악한 구조장비=해경의 열악한 구조장비 수준도 드러났다. 황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구난·구조 장비현황’에 따르면, 해경 경비함정 182척엔 구명조끼·구명환·해상들것·구명뗏목·구명총·구명보트만이 구조장비로 탑재돼 있었다. 119구조대가 자주 사용하는 구조용 로프·사다리·유압절단기 등 기본적인 장비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해양구조 활동에 필수적인 잠수 관련 장비는 1000t급 이상 함정 33척만 보유하고 있었다. 해경은 그러나 지난해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의 사격장 부지에 145억원을 들여 골프장을 만들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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