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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최고 16% … 위기 맞은 서민 정책금융

중앙일보 2014.05.09 00:53 경제 4면 지면보기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서민 대상 정책금융이 위기를 맞고 있다. 연체율이 10%를 넘나들 정도로 높아진 데다 일부 상품의 불량채권 비중이 위험 수위로 치솟고 있어서다. 사업을 지속하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거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논리 아닌 정치 논리로 시작
'공돈' 인식 커 변제·추심 소극적
이윤 확보 어려워 지속될지 의문
"빈곤층 문제, 복지 관점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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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만기인 미소금융중앙재단의 복지사업자 지원금 106억원 가운데 36.8%인 39억원이 상환되지 않았다. 이 중 24억원은 아예 회수가 불가능한 불량채권으로 분류됐다. 2008년 시작된 이 사업은 빈곤층 창업 같은 일에 무담보로 소액을 빌려 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서민 창업과 생계자금 등에 모두 1조656억원을 대출한 미소금융의 연체율도 2월 말 현재 9.2%에 달했다. 정부 보증으로 초고금리 대출을 비교적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2조1114억원)과 저축은행 등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주는 햇살론(4조7187억원)의 부실도 심화되고 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 준 돈의 비율(대위변제율)이 각각 16.3%(지난해 말)와 9.7%(2월 말)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서민금융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5조5184억원)도 2011년 말 1.7%, 2012년 말 2.4%, 지난해 말 2.6%로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일반대출 연체율(0.85%)의 네 배다.



 서민 정책금융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주도하는 서민 정책금융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정책 논리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다 보니 이윤 확보가 어렵다. 금융연구원의 ‘미소금융의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8개 미소금융 지역 지점의 평균 수입 이자율은 3.55%로 지속적 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익률 4.78%에 못 미쳤다. 대기업 지점은 아예 마이너스 수익률(-2.75%)을 보였다. 또 ‘공돈’이라는 인식이 커 대출자나 금융사 모두 변제나 추심에 소극적이다. 상당수의 대출자는 빌린 돈으로 신용도를 높인 뒤 은행 등에서 새로 대출을 받는 ‘빚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바꿔드림론이나 햇살론의 경우 정부가 대출금의 90~100%를 대신 갚아 주기 때문에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돈을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운영도 주먹구구식이다. 미소금융은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정치적 배경이 거론되는 등 뒷말이 많았고 사후 관리도 부실했다. 정부도 오락가락했다. 햇살론 보증비율은 85%→ 95%→90%로 바뀌었다. 바꿔드림론 이용 대상자는 ‘연소득 2600만원 이하’→‘4000만원 이하’→‘2600만원 이하’로 오르내렸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켜 연체율 인하를 노렸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서민금융총괄기구 설립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된 상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 주도 서민금융은 기본적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빈곤층에게 빚을 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시스템으로 애초부터 지속적 운영이 불가능한 전시행정이었다”며 “시장이나 금융으로 해결 불가능한 극빈층은 차라리 개인회생 및 파산요건 완화를 통해 채무를 탕감해 주고 복지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소액대출로의 전환 ▶금리 상향 조정 ▶민간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강구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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