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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추억 … 다시 뭉친 '홍명보 아이들'

중앙일보 2014.05.09 00:47 종합 24면 지면보기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 23명이 확정됐습니다. 세계인의 축구 축제에 설렐 시간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 모두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직 실종자를 다 찾지도 못했는데 월드컵에 열광할 때냐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찢기고 상처 난 채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9·11 테러와 동일본 대지진 등 엄청난 재난을 만났던 이웃들은 스포츠를 통해 상처를 보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브라질 월드컵 테마를 ‘힘내자 코리아, 다시 한번 대~한민국’으로 정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의 국격과 자존심을 다시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표팀 23명 확정 - 브라질 월드컵 D-35
올림픽 동메달 따낸 선수 12명 포함
홍 감독 전술 잘 이해해 조직력 탄탄
30대는 곽태휘뿐, 베테랑 부재 우려도

김승규·홍정호·한국영도 사실상 런던 멤버





홍명보(45)의 팀이다. 브라질 월드컵에 가는 축구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팀 중 가장 젊고 체격조건이 뛰어나다. 홍 감독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홍 감독이 강조했던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라는 철학으로 똘똘 뭉친 패기만만한 팀이다.



 홍 감독은 8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공개했다. 박주영(29)·구자철(25) 등 홍 감독과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했던 선수 12명이 포함됐다. 런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했거나 주전 경쟁에서 간발의 차로 탈락한 골키퍼 김승규(24·울산)와 수비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미드필더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까지 포함하면 15명(65.2%)에 이른다.



 평균 연령도 내려갔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선수단 평균 연령은 27.4세였지만 이번 팀은 25.9세다. 역대 한국 월드컵 대표팀 중 최연소 팀이다. 평균 신장은 1m82.3㎝에서 1m84㎝로 커졌다.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같은 해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거치며 1980년 말에서 90년 초반 태생의 선수와 함께 성장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 500여 명을 집중 관찰하며 대표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 냈다. 팀 전술뿐만 아니라 팀 정신도 중시했다. 지난해 7월 A팀 지휘봉을 잡은 직후 홍 감독이 대표팀 슬로건으로 발표한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은 홍명보호의 정신을 집약적으로 정리한 문장이다.



 이번에 발탁된 선수들은 오랜 기간 발을 맞춰 조직력이 뛰어나다. 홍 감독이 전술을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 팀워크도 최상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도 큰 자산이다.



김학범 전 강원 감독은 “결국 홍 감독 스타일대로 뽑았다. 발탁된 선수나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선수나 기량에서 큰 차이는 없다. 결국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선수, 궁합이 잘 맞는 선수를 택하게 된다. 홍 감독도 한두 포지션은 고심 끝에 결정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결정을 믿어 줘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홍명보의 아이들만 살아남았다’는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홍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포지션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 백업 자원을 꼽았는데, 둘 다 런던 멤버의 손을 들어 줬다. 왼쪽 풀백은 박주호(마인츠) 대신 윤석영(QPR)이 뽑혔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최근 K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이명주(포항)가 아닌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포함됐다.



 베테랑 부재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선수가 5명뿐이다. 월드컵에 두 번(2002, 2006년) 출전한 설기현(인천·35)은 “처음 월드컵을 뛰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그때 (홍)명보 형, (황)선홍 형이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여유 있게 볼을 차는 것을 보고 놀랐다. 월드컵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은 경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곽태휘(33·알 힐랄)를 뽑았다. 하지만 백업 멤버로 분류되는 곽태휘가 본인도 처음 나서는 월드컵에서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2006년 독일 때는 30대가 5명, 2010년 남아공 때는 7명이나 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맡은 지 1년도 안 돼 월드컵에 나가다 보니 본인에게 익숙한 선수들로 멤버를 꾸린 것은 분명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본선에서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을 때 적응력·대응력이 약한 건 앞으로 고민할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파주=송지훈·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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