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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해질녘(?)

중앙일보 2014.05.09 00:39 경제 10면 지면보기
한글 맞춤법 총칙 제2항은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이다. 단어는 띄어 쓰되 조사(助詞)는 붙여 쓴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원칙은 이렇듯 단순한데 실제로 글을 쓰다 보면 헷갈릴 때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띄어쓰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해변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승용차로 고개를 넘어가자 파도 소리가 들릴락말락하였다” “저만치 앞서 가는 현수의 뒷모습이 보일락말락한다”를 보자. 이들 문장의 마지막 어구 ‘들릴락말락하였다’ ‘보일락말락한다’는 어떻게 띄어 써야 할까. 연결어미 ‘-ㄹ락(을락)’은 거의 그렇게 되려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 ‘-ㄹ락(을락)’은 ‘-ㄹ락(을락) 말락’의 형태로 쓰인다. 따라서 ‘들릴락 말락 하였다’ ‘보일락 말락 한다’로 적어야 바르다.



 “지난여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 서해안의 작은 마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해질녘 풍경은 정말 고즈넉하고 환상적이었다”에 나오는 ‘해질녘’의 띄어쓰기는 어떨까. ‘해질녘’을 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단어는 아직 하나의 단어로 정착하지 못했다.



 해가 질 무렵을 의미하는 ‘해 질 녘’은 ‘해(가) 지다’의 관형사형인 ‘해(가) 질’ 뒤에 의존명사 ‘녘’(어떤 때의 무렵이라는 뜻)이 쓰인 것이므로 ‘해(가) 질 녘’과 같이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해뜰녘’도 ‘해 뜰 녘’으로 적어야 바르다.



 날이 샐 무렵의 뜻인 ‘날샐녘’도 ‘날(이) 샐 녘’으로 띄어 써야 한다. 하지만 똑같이 날이 샐 무렵을 뜻하는 ‘새벽녘’은 ‘새벽’과 ‘녘’이 결합해 만들어진 합성어로서 붙여 쓰는 게 맞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황혼 녘’이나 ‘아침 녘’은 아직 한 단어로 인정받지 못해 띄어 써야 한다.



 한편 ‘동쪽 하늘이 훤하게 밝아 오다’라는 뜻의 ‘동트다’는 하나의 단어여서 ‘동틀 무렵’ ‘동틀 녘’으로 적는다. 그런데 ‘날이 저물 무렵’을 뜻하는 ‘저물녘’은 ‘저물 녘’이 아니라 ‘저물녘’이 맞다. 이처럼 ‘녘’과 관련된 띄어쓰기를 할 때는 꼭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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