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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낮추고 방망이 짧게 잡아라

중앙일보 2014.05.09 00:29 경제 8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자들이 종종 타자에게 이런 주문을 한다.


불확실한 증시 대응은
만기 3년 이내 채권 편입
단기 하이일드에 뭉칫돈

 “욕심 내지 말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타를 노려야 해요.”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모를 때 홈런을 바라고 큰 스윙을 하기보다는 공을 맞춰 안타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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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에서도 방망이를 짧게 잡아야 할 때가 있다. 금리·주가·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울 경우다. 지금이 딱 그렇다. 요즘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는 유례없는 제로금리 시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기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JP모간단기하이일드자A’ 펀드에는 올해 4466억원이 몰렸다. 나머지 46개 하이일드펀드에선 491억원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꽤 큰 흥행이다. 미래에셋증권 이기상 웰스매니저는 “특히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1년간 이 펀드의 수익률은 4% 정도다. ‘AB글로벌고수익 종류형A’ 펀드(5.65%)나 ‘프랭클린미국하이일드자A’ 펀드(5.91%) 같은 다른 하이일드펀드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돈이 몰리는 이유는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형 펀드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단기 하이일드 펀드는 남은 만기가 3년 이내인 채권에만 투자해 금리인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의 특성상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달 방한한 JP모간의 폴 스오보다 매니저는 “위험조정 수익률이 뛰어나다는 게 이 펀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출렁일지 모르는 코스피도 변수다. 코스피가 몇 년째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코스피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중국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국내 증시가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하거나 하락한다면 자산배분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한다.



 그래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 조기상환 확률을 높인 주가연계증권(ELS)이다. 6개월 뒤에 돌아오는 첫 조기상환 조건을 기준가의 85%까지 낮춰 상환 확률을 높인 상품이다. 수익률은 일반 ELS보다 1~2%포인트 떨어지지만 돈을 장기간 묶어두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첫스텝 85’ ELS는 연초 이후 1300억원 넘게 팔렸다. 비슷한 구조인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 ELS 역시 700억원 이상 판매됐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OTC팀 과장은 “첫 조기상환 기준이 100%일 때는 상환 확률이 41%지만 85%일 때는 75%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첫스텝 80%짜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아 타율을 높이면서 좋은 공이 오기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상황변화에 바로바로 대응하기 힘든 투자자라면 운용사가 알아서 자산별, 지역별로 나눠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나 인컴 펀드를 드는 것도 방법이다.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H)(A)’ 펀드에는 올 들어 1729억원이 들어왔다. 제로인 황윤아 연구원은 “이들 펀드는 경기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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