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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한식용 그릇까지 공략 나선 유럽 명품 브랜드

중앙일보 2014.05.09 00:03 Week& 7면 지면보기
부엌 살림에서 대단한 대접을 받는 물건이 있다. 그릇이다. 음식을 담아낼 때 말곤 찬장에 들어 있어야 보통인 게 그릇이다. 한데 어떤 집에선 장식장을 통째로 차지하기도 한다. 신라 시대의 화려한 금제 식기며 고려 시대 청자, 조선 백자에 이르기까지 그릇은 실생활 용품이면서 장인의 혼이 깃든 예술품으로도 대접받았다. 명품(名品) 항목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그릇이었단 얘기다.



‘본 차이나(bone china)’ 혹은 ‘차이나’라 불리는 백자기류는 중국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로 중국이란 나라 이름과 똑같다. 역사적 정통성이 이름에 배어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뼈에 들어있는 돌처럼 굳은 성분을 주재료로 순백색으로 구워낸 자기가 차이나로 불린다. 정확한 배합으로 빚은 그릇을 매우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만 아름답고 튼튼하며 가벼운 차이나가 탄생한다. 이 때문에 화학·물리학 등을 제대로 이해한 숙련된 장인만이 수준 높은 차이나를 제작할 수 있었다. 최고의 장인이 만든 그릇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의 왕실과 귀족이 사용했다. 서양 사람들은 아시아 무역을 통해 접한 최고 수준의 동양 백자를 따라 하기에 바빴다. ‘르네상스’, 즉 유럽의 문예부흥기를 이끌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14세기나 돼서야 동양 백자의 모방품을 썼고 18세기 들어서야 소수의 유럽 귀족들이 제대로 된 차이나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요즘 득세하는 유럽의 명품 자기 브랜드가 이때를 창립 시기로 삼고 있다. 동양 문화권에선 이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또 다른 명품 그릇인 청자기가 유행했었다. 중국에선 3세기께 청자가 개발됐다. 고려 청자의 전성기는 10세기쯤 된다.



이렇듯 명품 그릇의 기원은 아시아지만 요즘 전 세계 명품 그릇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건 영국·독일·덴마크 등 유럽 브랜드 일색이다. 이들 브랜드는 제작 역사 300~400년을 대단한 전통으로 내세운다. 또 이들 회사가 납품했던 왕실과의 인연을 널리 알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결혼 예물에 명품 그릇 세트가 기본 품목이 된 지 오래다. 밥그릇·국그릇도 안 나오는 서양 브랜드에서 수백만원어치 혼수를 장만하는 걸 두고 말도 많았다. 직접 그릇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불만이었다. 이런 조짐을 알아챈 몇몇 유럽 브랜드에선 본격적으로 한식용 그릇을 따로 개발해 한국 시장에 내고 있다. 유럽 왕실의 식기류를 제작하던 브랜드가 밥그릇·국그릇은 물론이요, 수저 받침까지 만들어 내며 아시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중국 혹은 아시아에서 차이나의 명맥을 제대로 잇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광주요·한국도자기 등이 분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품 식기 브랜드가 있느냐고 한다면 답은 아쉽게도 ‘아직은’이다. 유럽인이 동경하던 아름다운 식기 ‘차이나’의 정통성은 이제 이름에서나 추억할 수 있는 흔적일 뿐이다.



JTBC, 14일 첫 회
다음 주 수요일(14일) 오후 7시 JTBC에서 새 예능정보프로그램 ‘살림의 신-시즌2’를 선보인다. 살림 정보와 최신 살림 트렌드를 살피는 프로그램이다. MC 박지윤과 배우 오미연, 개그우먼 김효진, 아나운서 이지연, 중앙일보 기자 강승민이 똑똑한 살림꾼이 되는 길로 시청자를 안내한다. 시즌2 첫 회에선 살림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그릇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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