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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부장의 삽질일기] 저기가 유병언 회장네 집이여

온라인 중앙일보 2014.05.09 00:02


































- 저기가 유병언 회장네 집이여



- 저기 초등학교 옆 나무숲 그 안에 유병언 회장네 집이 있어. 내가 그 집 정원수 손질하러 다녀서 잘 알어.



주말농장 뒤 약수터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동네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놓았다. 약수터 밭일하러 갔다가 쑥을 뜯을까 하여 뒷산 자락으로 슬슬 걸어 올라간 터였다. 밭 쥔장은 내 밭 근처 쑥은 뜯지 말라고 했다. 조경용으로 키우는 소나무밭에 얼마 전에 약을 쳤다고 했다.



- 그런데 저 집은 본래 경인제지 우 사장네 집이여. 우 사장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지어준 별장인데 나중에 유 씨가 산겨. 초등학교를 빙 돌아 있는 땅이 다 유 씨네 거여. 저 꺼먼 집 뒤로 누런 건물, 그건 이한동 씨네 집이구. 이 씨는 포천으로 가고, 지금은 아들이 들어와서 산다더라구. 이 동네에 원래 저렇게 좋은 집들이 많지 않았어. 외지인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저리 된 거지. 여기가 오래된 창녕 조 씨 집성촌이거든. 이 골짜기가 다 문중 땅이여. 나도 조 씨인데 평생 이 근처서 살았지. 지금은 포이동에서 사는데 자전거 타고 매일 와. 농사도 짓고 물도 뜨고 친구들하고 놀기도 하고. 요 앞 감자 심은 밭떼기를 내가 부쳐먹는데 우리 일가한테 십만 원 주고 얻었어. 안 준다는 걸 싸게 얻은 거지, 집안사람인데 우쩌것어. 서울에 이런 동네가 없어. 공기 좋고 조용하고, 그린벨트라서 집이 개축은 되는데 신축은 안 돼. 저 앞 동네까지는 다 풀렸어. 이 앞으로 길이 난다는데 그러면 여기 땅값 엄청 오를 거구먼. 지금은 싸, 평당 삼백만원인데 강남에 이렇게 싼 땅이 어디 있겠어. 저기 매실 밭 옆에 있는 땅 보이지. 한 필지를 세 사람이 나눠서 샀는데 판사들이랴. 저 아래서 주말농장 하신다구? 거기도 우리 일가여. 문중 땅 얻어서 농사짓는 거지. 그 위까지 같이 부쳤는데 지금 그 밭은 땅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고 있어. (내가 지금 밭으로 내려오기 전에 2년 동안 얻어 쓰던 땅이 그 밭이다) 밭 아래 큰 나무들 있었잖어, 그늘져서 농사 안 된다고 주인이 베어달라기에 내가 해줬지.



건축허가가 나지 않으니 이 골짜기 사람들은 비닐하우스 가건물에서 산다. 겉은 허름하지만 그래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집마다 키우는 개들이 꽤 많다.



- 야 이눔의 자식, 얼른 안 들어가. 저 눔이 빠대구 뒹굴구 오이 밭을 다 망쳐놓네.



밭에 나와서 일을 보던 중강아지 한 놈이 우리를 뻔히 쳐다보더니 제집으로 들어갔다.



- 여기 개는 사료 안 멕이고 짬밥 얻어다 키워워. 그래서 살이 많고 맛이 좋지. 저 강아지들이 작아 보이지만 복날 되면 다 커. 때 되면 저놈들 다 없어져요. 올해도 벌써 꽤 많이 잡았지. 개는 1년 2개월짜리가 제일 맛있지. 저 강아지들이 다 한배에서 나온 놈들인데 씨받이만 남겨놓지. 저 누렁이 있잖어, 진돗개 잡종인데 저런 놈이 좋은겨. 한 서른 근은 나오것네.



개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길이 그윽했다.



- 며칠 있다가 안양에 있는 친구들이 먹으러 온댜. 한 마리 잡아야것어. 솥 걸어놓고 하루 종일 끓이며 먹으면 재미있잖어. 좀 있으면 상추에 풋고추에 밭에서 반찬도 많이 나오고, 저 원두막에 올라가서 아래 내려다보며 먹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우리는 한 마리에 45만원 받는데 고맙다고 5만원 더 주고 가는 분들도 있어. 한 마리면 열 명이 뭐야, 스무 명두 먹지. 딴 데 가면 비싸요. 100만원도 받고 200만원도 받는데 농장 조 씨네도 비쌀 걸요.

하늘거리는 쑥이 샘 근처에 소복하다.



- 이 샘은 물이 안 말러. 장마 진다고 물이 더 많이 나오지도 않구. 1983년에 내가 이 샘을 혼자 파느라고 엄청 고생했지.



샘 옆에 붙어있는 수질검사서에는 여섯 번의 검사결과가 적혀있다. 세 번은 불합격, 지난달 검사는 합격이다.



- 여기는 약 안 쳐. 누가 여기까지 와서 치겠어. 걱정 말고 뜯어다 먹어. 여기는 북향이라 쑥이 늦는데 요즘이 뜯기 좋은 때여.



잠시 앉아 뜯었는데 금세 작은 봉지 두 개가 찼다. 콩가루 넣어 쑥국 끓이고, 솎아낸 어린 채소에 올리브유, 참기름 몇 방울, 발사믹식초 섞어 훌훌 뿌렸다. 철쭉이 지천이고 아카시아 향 날리기 시작한다.



안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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