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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드시고 힘내서 … " 음식 들고 구조요원 찾은 엄마들

중앙일보 2014.05.03 00:45 종합 6면 지면보기
세월호 침몰사고 17일째인 2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학생이 조문을 마친 뒤 추모 글이 적힌 게시판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거 드시고 내 아들 꼭 찾아주세요.“

자식 못 찾아 애끓는 팽목항
경비정 타고 돼지수육 현장에 전달
대원들 "최선 다하겠다" 눈시울
부모들 "이제 제발 나와줘" 애원도



 2일 오후 6시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 세월호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용 바지선이 있는 곳이다. 실종된 학생의 부모 5명이 해경 경비정을 타고 도착했다. 어머니는 돼지수육을 구조대원의 입에 넣어 주며 애원했다. 구조요원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최선을 다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이 들고 간 돼지수육(36㎏)은 자원봉사자가 전해 준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우리만 먹을 게 아니라 고생하는 구조요원을 찾아 격려하자”며 이곳을 찾았다. 김재경씨는 “구조현장을 직접 보고 구조활동도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2시간 동안 현장에 머무른 뒤 뱃길로 한 시간 거리인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세월호 침몰 17일째인 이날 팽목항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여전했다. “요한아~.” 아버지는 바다를 향해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손에는 웃는 모습의 아들 사진이 있었다. 천막에 차린 자원봉사실·상황실·급식소 등 곳곳을 돌았다. “2학년 4반인데 우리 아들만 안 나왔어요 제발 좀 찾아주세요.” 다른 가족들은 요한이의 사진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부두에 앉아 있는 실종 학생의 어머니는 비닐봉투에서 우유를 꺼냈다. “○○아, 하루에 하나씩 마셨잖아. 엄마가 가지고 왔어. 제발 이제 좀 나와 줘.” 흐느낌이 파도소리에 잠겼다. 어머니는 바닷물에 우유를 뿌렸다. 말없이 뒤에 서 있던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가족대책본부에는 실종자 가족 4~5명이 의자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가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인근의 TV가 설치된 차량에는 실종자를 찾는 염원이 담긴 글이 빼곡했다. ‘오늘 부디 자식을 품에 안고 돌아가길, 팽목항을 떠나기를’.



 가족의 아픔을 말없이 함께한 사람들도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40대 여성 3명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함께 울겠습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바다를 바라봤다. 손미애(43·광주광역시)씨는 “직접 만나 위로하면 상처가 될 것 같아 마음을 담은 피켓을 들고 서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30대 남성은 노란색 국화 꽃다발을 바다로 던지고 기도했다.



 안산 단원고 김진명 교장과 교사 등 11명은 이날 오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아들딸의 소식을 기다리는 학부모를 위로했다. 김 교장은 “실종된 학생과 교사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 63명은 연휴기간인 6일까지 교대로 진도를 찾을 예정이다.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경기도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는 다소 한산했다. 전날에 비해 20% 이상 조문객이 줄었다. 이날까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의 누적 조문객은 9만여 명이다. 현재 운영 중인 합동분향소는 전국에 114곳이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단은 이날 7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이 가운데 여학생 시신 한 구는 사고해역에서 4.5㎞ 떨어진 해역에서 발견했다.



전날도 시신 한 구가 2㎞ 떨어진 곳의 오일펜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체 격실은 64개 중 58개의 수색을 마쳤다. 이날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228명, 실종자는 74명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해역에서 15㎞ 떨어진 곳까지 단계별로 그물 등을 설치해 희생자 시신 유실 방지에 나섰다.



진도=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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