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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스시 절반 남긴 오바마, 서울 와선 "불고기 팬입니다"

중앙일보 2014.05.03 00:36 종합 10면 지면보기
“제가 불고기 팬입니다(I’m a Bulgogi fan).”


구절판 요리 젓가락으로 싸 먹어
밥에 나물·더덕 얹어 비벼 먹기도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때 한식을 예찬하며 왕성한 식욕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후 이어진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2일 “오바마 대통령의 젓가락질이 아주 능숙해 놀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절판이 나왔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젓가락으로 밀전병 위에 나물과 고기 등 재료를 하나하나 올려놓더니 능숙하게 싸 먹었다”며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하면 먹기 어려운 음식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만찬에 미국산 안심스테이크와 바닷가재를 곁들인 해산물 샐러드 등 미국인에게 익숙한 메뉴뿐 아니라 색동 구절판과 삼계죽·콩비지·김치전·수수부꾸미 등 한식 메뉴도 여럿 올렸다. 서양 사람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식단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상에 오른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고루 먹었다고 한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엔 남은 반찬들로 즉석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밥이 절반 정도 남았을 때 밑반찬으로 나온 참나물무침·더덕무침 등을 밥 위에 올려놓고 쓱쓱 비벼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불고기를 좋아해 에어포스 원(미국대통령 전용기) 주방장에게 불고기 요리법을 배우라고 해 기내에서도 먹는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반면 저녁을 같이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해 애를 먹어 색다른 장면을 연출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한식 사랑은 꽤 알려진 얘기다. 2009년 11월 방한했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딜리셔스(맛있다)”를 연발하며 한식을 즐겼다. 당시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직후 이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 때 “불고기와 김치가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라고 말한 걸 놓치지 않고 불고기와 김치를 식단에 올렸다. 당시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날씨가 추우니 꼭 대접해야 한다”고 해서 신선로가 식탁에 오르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번 박 대통령과의 만찬 때도 궁중 신선로를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한식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2월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배추(Napa cabbage)로 김치를 담갔어요. 여러분도 한 번 해 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김치 담그는 법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번 방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식을 즐긴 모습은 전날 일본 방문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전날인 23일 도쿄 긴자의 유명한 스시(초밥)집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저녁을 함께했다. 미슐랭 가이드 별 3개짜리인 초밥집은 1인분에 최소 30만원을 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식사 후 취재진에게 “평생 가장 맛있는 스시였다”고 말했지만 정작 초밥 20개 중 절반 정도만 먹고 젓가락을 놓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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