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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점검보고서 3등항해사가 작성

중앙일보 2014.05.03 00:09 종합 4면 지면보기
2일 오전 인천항 여객터미널에 위치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사무실 앞에서 관계자가 촬영 중인 기자의 카메라를 막고 있다. [인천=뉴시스]
세월호가 출항 전 선장이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3등항해사가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 확인 않고 선장 대신 서명
"전임자가 그렇게 가르쳐" 진술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일 “구속된 3등항해사 박모(26·여)씨가 보고서를 작성한 뒤 대리 서명해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안전점검 보고서는 탑승객 수와 화물량, 적재 차량 대수, 화물을 잘 묶어 놓았는지를 보는 선적 상태, 소화 설비 상태 등을 기재하는 서류다. 박 항해사는 탑승객 수를 474명, 화물은 657t, 컨테이너는 0개, 차량은 150대로 적었다. 세월호을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이 사고 후 밝힌 ‘탑승객 476명, 화물 1157t, 차량 185대와 차이가 난다.



 또 화물이 제대로 묶여 있지 않았음에도 선적 상태를 ‘양호’라고 기록했다. 박 항해사는 합수본부에서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내용을 기입했다”며 “전임 항해사가 ‘모두 양호하다고 작성하면 된다’고 해 그렇게 해왔다”고 진술했다. 점검 보고서를 정확히 작성하는지 함께 선박 내부를 둘러봐야 하는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 역시 배에 오르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점검 보고서는 사고 후 내용이 바뀌었다. 누군가 가필해 자동차 대수를 150대에서 180대로, 컨테이너는 0개에서 150개로 바꿔놓았다. 합수본부 측은 “해운조합의 누군가 사고 후에 가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안내방송이 불가능하다”던 선원들의 진술도 거짓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에는 선원들이 머무는 선실에도 안내방송 시설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기관사들은 사고 당일 오전 9시10분쯤 기관장으로부터 피신하라는 연락을 받고 세월호 3층 복도에 모여 30여 분을 기다렸으나 그사이 선실에 들어가 승객들에게 탈출하라고 알리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



 합수본부는 또 세월호 구조가 설계도와 일부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4층 배 뒤쪽 선실 3개에 달린 출입문 수가 설계도와 달랐다. 이에 따라 합수본부는 세월호가 안전 인증을 받지 않고 내부 구조를 바꿨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합수본부는 이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해무담당 이사 안모(59)씨와 물류팀 차장 김모(44)씨를 구속했다. 안씨 등은 화물 과적을 방치해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제공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과적을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목포=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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