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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착신전환' 전화 시끌

중앙일보 2014.05.01 00:26 종합 12면 지면보기
여론조사 왜곡의 주범으로 꼽히는 착신전환 문제가 호남 곳곳에서 또 불거지고 있다. 착신전환이란 유선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휴대전화로 자동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앞두고 사용하지 않는 휴면(休眠) 번호를 대거 사들인 뒤 착신전환을 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답변하도록 하고 있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규로 착신전환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 경선 현장에선 착신전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경선 왜곡 의혹
강봉균 "전북에만 12만6000대"
윤장현 "광주, 기술자 투입 소문"

 전북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강봉균 예비후보는 30일 “전북에서 착신전환된 전화가 12만6000여 대”라고 말했다. 강 후보 측은 “지역 KT로부터 직접 받은 수치”라고 근거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북 유권자가 140만 명인데 1인당 한 대의 유선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유권자의 10% 가까이가 착신전환돼 있다는 것”이라며 “경쟁 후보들이 여론조사가 유리하게 나오도록 착신전환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이날 중앙당이 도지사 경선 방식으로 정한 ‘100%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착신전환 배제라는 기술적 보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용할 수 없다”며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도 “(착신전환을 위해) 업자들이나 기술자들이 투입됐다는 얘기가 지역에 파다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두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여론조사를 50%에서 100%까지 반영하고 있는 경선 방식은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효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향후 법정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대희·장상진·조지훈·진봉헌 등 4명의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29일 “착신전환을 금지하지 않은 채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경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쟁 후보들은 착신전환 의혹을 부인했다. 송하진 전북지사 예비후보 측은 “강 후보 측의 착신전환 의혹 제기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여론조사에서 밀리기 때문에 착신전환 문제를 제기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측과 이용섭 광주시장 예비후보 측도 “윤 후보가 전략공천을 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강 시장과 이 후보는 “중앙당이 30일까지 경선 방법을 확정 짓지 않고 윤 후보를 전략공천하려 한다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한 상태다.



 착신전환을 놓고 이처럼 분란이 일고 있지만 중앙당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착신전환이 탈법 경선을 위한 목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전화 여론조사 방식이 너무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확인된 이상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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