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서로 보듬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의 싹을 본다

중앙일보 2014.05.01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잔인한 시간을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충격과 슬픔으로 자기 한 몸 가누기 힘든 피해자들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상처 난 가슴을 어루만지며 서로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29일 단원고 유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저희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 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진상규명과 적극적인 구조활동 등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당부하고 들어오는 성금은 모두 장학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장례를 치른 유가족의 상당수는 1일 전남 진도로 내려가 아직 현지에 남은 실종자 가족과 마음을 함께하기로 했다. 진도 현장에선 자녀 시신을 찾아 안산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이 남은 다른 가족들에게 “먼저 간다. 장례를 치른 뒤 다시 오겠다”며 인사를 해왔다고 한다. 4년 전 천안함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회원 28명은 30일 진도체육관을 찾아 청소·배식·세탁 등 3박4일에 걸친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이 담긴 동병상련의 행동일 것이다.



 제자와 동료를 잃은 단원고 교사들은 자신들이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를 일단 묻어두고 선후배를 잃은 제자를 위로하며 학교 정상화에 안간힘이다. 일부는 진도체육관에 내려가 상시 대기하며 피해 학부모의 곁을 지키고 있다. 등교한 학생들은 오히려 이런 선생님들을 걱정한다고 한다.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을 인솔하던 교사 14명 가운데 12명을 잃은 단원고로 전보를 희망하는 다른 학교 선생님도 줄을 잇고 있다.



 고 김초원 교사의 유족은 조의금을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운영 지원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장례비가 당국에서 지원된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가장 저렴한 수의와 관을 선택해 검소하게 장례를 치르는 유족도 있다. 서로 돕고 아픔을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렇게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하게 서로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