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완장' 찬 협회·조합 … 정부의 임원 추천 독점 없애야

중앙일보 2014.04.29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협동조합·인증기관·협회. 이들의 공통점은 민간단체이면서도 기업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관피아 낙하산이 있다. 협동조합은 조피아(조달청 마피아), 인증기관은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마피아), 은행·증권·보험업협회의 임원직은 모피아(옛 재무부 마피아)가 각각 장악하고 있어서다. 기업들로부터 규제 완장을 찬 ‘반민반관(半民半官)’ 단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취업 제한 없는 '2부 리그'도 문제
낙하산 받는 대신 기업 규제 권한
드러나지 않는 알짜 자리로 통해
공무원들 "50대 초반 퇴직 감안을"

 관피아에게 이들 민간단체 임원직은 숨어 있는 좋은 자리다. 공공기관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에 대해 직접 규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공공기관이 재취업 1부 리그라면 협회 같은 민간단체는 알짜 2부리그”라고 말했다.



 이들 민간단체는 관피아와 오래전부터 공생관계가 형성돼왔다. 관피아 낙하산을 받아들이는 대신 직원들에게 기업을 통제하는 권한을 줘서다. 협동조합은 기업 정부부처·공공기관 입찰을 대행하고, 인증기관은 제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여러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협회는 민간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협회나 인증기관은 정부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김무영 전 산업부 국장이 상근부회장으로 있는 대한전기협회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전력 분야의 전력 신기술 심의, 전력산업기술기준 인증을 포함해 5개 인증권한을 갖고 있다. 더구나 현직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이 이사로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금융권의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같은 곳도 금융 당국과의 교감을 거친 모범 규준을 통해 금융회사를 감독한다.



 그동안 관피아는 협회와의 커넥션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를 많이 마련했다. 우선 해당 정부부처가 협회의 설립을 승인해줬기 때문에 감독권이 있다는 게 이들의 기본 논리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는 ‘정부 사무를 위탁받은 민간 협회는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근거로 관피아들은 취업 심사도 없이 퇴직 다음 날 곧바로 민간 협회에 취업했다. ‘퇴직 후 2년간 민간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조항도 이들에게는 소용없었다.



 퇴직 관료들은 길게는 10년씩 공공기관과 민간단체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심윤수 전 산업부 무역조사실장은 2004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철강협회 상근부회장, 기계전자시험연구원장을 거쳐 현재 인정지원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도 2004년 기획재정부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지만 이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두산건설·스탠다드차타드 사외이사를 거쳤다.



 정부가 7월부터 고위공무원(4급 이상) 퇴직관료의 협회·조합 재취업 때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부처가 여전히 임원 추천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서다. 이런 유착 고리를 끊으려면 투명한 임원 채용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 퇴직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명지대 문종진(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뿐만아니라 사회 각계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며 “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후보자를 뽑으면 폐단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도 할 말이 많다. 한 고위공무원은 “장·차관이 못 되면 50대 초·중반에 퇴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안지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