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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읊었다, 우리 전통시 운율로

중앙일보 2014.04.29 00:19 종합 19면 지면보기
최종철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탄생 450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 각지에서 셰익스피어를 기리는 각종 공연과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운문으로 쓰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래의 모습에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최종철(65) 연세대 교수가 국내 첫 ‘운문 번역’에 도전한 ‘셰익스피어 전집’(민음사)이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전집 중 우선 『희극Ⅰ』 『사극·로맨스Ⅰ』이 출간했다. 『비극Ⅰ』과 『비극Ⅱ』는 다음달 나온다.


국내 첫 운문 번역에 도전
최종철 교수, 10권 완간 계획

 ‘햄릿’이나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사는 절반 이상이 운문으로 쓰여 있지만 그동안의 번역본은 원작의 시적 어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1993년 국내 처음으로 『맥베스』를 운문 번역했던 그가 2019년까지 셰익스피어 전집을 운문으로 옮기는 작업에 나선 이유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연극용 대본이에요. 대사가 길어지면 숨이 차요. 말이 길어지면 소리 안에 들어 있는 의미가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사라집니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배우의 입을 통해 리듬을 탈 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데, 우리는 그 느낌을 모른 채 그저 줄거리만 알고 있다는 말이다. 셰익스피어 대사의 한 행은 첫 음절이 약하게 소리 나고, 둘째 음절이 강하게 발음되면서 ‘약·강’이 되풀이되는 다섯 음보(音步)의 운문으로 이뤄져 있다. 실제로 그가 ‘한여름 밤의 꿈’의 1막1장을 ‘약강 5보(五步)격’에 맞춰 원문으로 읽자, 그 ‘느낌’을 알 듯했다.



 “소리가 주는 느낌, 반복이 주는 아름다움과 음악성이 있죠. 음악성으로 의미가 강조되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글자로 읽을 때 없던 의미가 되살아나요. 말에 음악이 붙으면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내포된 느낌이 살아납니다.”



 원작이 품은 시적 어조를 옮겨 오기 위해 그는 한국 전통시의 운율인 3·4조나 4·4조의 자수율을 차용했다.



 “셰익스피어는 5음보 운문이라는 형식 안에 평이한 영어 단어와 개념 등을 담은 라틴어를 절묘하게 구사했습니다. 저는 순우리말과 개념어인 한자어 등을 활용하면서 운문으로 무리 없이 번역할 수 있었죠.”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언어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평생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그는 “셰익스피어는 인생의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 나에게는 늘 가이드였다”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을 셰익스피어만큼 처절하고 정확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햄릿’을 가장 매력적인 작품으로 꼽았다. 복수와 사랑, 형제의 갈등, 모자 관계 등 모든 사람에게 어필할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지혜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베니스의 상인’ 등의 희극 작품에도 주목할 것을 권했다.



 “비극의 끝은 죽음이에요. 인물이 평행선을 달리죠.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아요. 타협하면 비극은 성립하지 않으니까. 반면 코미디(희극)는 삶의 노래에요. 결말은 결혼이죠. 희극 속 인물도 평행선을 그리지만 어느새 타협해요. 그래야 결혼할 수 있으니까.”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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