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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오늘만큼은

중앙일보 2014.04.29 00:10 종합 24면 지면보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난 주말 열린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러 가기 위해 운전을 하던 중 안산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애써 피하며 마음속으로 기적을 바라고 있었는데, ‘안산’이라는 표지판을 보니 ‘툭’ 하며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떨어집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때껏 우리는 이런 불행을 겪었던 이들의 괴로움을 위로하기 위해 서로를 보듬고 마음을 나누어 왔습니다. 아들을 잃은 성모마리아의 심정은 피에타상에 고스란히 남아있고, 시인 김광균은 자신의 시 ‘은수저’에서 “애가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와 그 끝에 고이는 눈물로 그 절절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자식이 아프기만 해도 부모는 죄책감에 빠집니다. 지난날 내가 한 모든 행동에 대한 원망과 겹쳐져 잘못된 자책으로 흐르게 됩니다. 이런 마음을 먼저 겪은 이들이 위안을 얻었다는 비키 투싱엄(Vicki Tushingham)이라는 작가의 ‘오늘만큼은(Just for today)’이라는 시가 있어 번역이 완벽하지 않아도 몇 구절 옮겨봅니다.



 “오늘만큼은 내 아이의 죽음을 극복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사는 것을 배우고 다음 24시간을 살아나가려 할 것입니다. 한 번에 하루씩 사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오늘만큼은 내 아이의 죽음이 아니라 그의 삶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모든 소중한 날과 순간들의 평안함을 기억할 것입니다.



 … 오늘만큼은 나 자신과 내가 자초한 죄책감에서 해방되겠습니다. 내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면 내가 그 어떤 것이라도 했을 거라는 사실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만큼은 내 마음이 부서질 것 같을 때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슬픔은 사랑에 대한 대가임을, 그리고 내가 이렇게 아픈 이유가 너무도 많이 사랑할 수 있었던 특권을 가졌기 때문임을 기억하겠습니다.



 … 오늘만큼은 내 아이가 떠날 때 내가 함께 가지 않았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는 살아갈 것이고, 오직 나만이 내 아이의 삶을 한 번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종교를 넘어서, 우리는 그들이 꼭 다시 만날 것을 믿고, 앞으로 더욱더 긴 시간을 함께할 것을 믿습니다. 유전자 속 본능을 넘어서, 천륜이라는 말을 넘어서, 나의 분신이 아니라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나의 아이를 웃으며 다시 만나기 위해, 오늘 하루를 묵묵히 다시 살아가는 것입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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