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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국산 친환경 소 사료 … 지구를 살리겠소

중앙일보 2014.04.29 00:05 경제 2면 지면보기


2012년 영국 리버풀 존무어대학의 데이비드 위킨슨 교수팀은 ‘방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 하나를 생물학지에 발표했다.

자연친화 기술 만들어 돈 버는 기업들
CJ, 메탄가스 25% 줄인 사료 세계 첫 개발 … 카길 등 추월
포스코, 하수 처리 중 생긴 찌꺼기를 화력발전소 연료로



 공룡의 방귀가 중생대(약 2억4500만~6500만 년 전)의 지구 온도를 지금보다 최고 10도 정도 높였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연구팀은 현재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근거로 중생대 초식공룡들이 연간 5억2000만t의 메탄가스를 발생시켰을 것이라 추산했다. 이는 현재 인간 활동 등으로 발생하는 지구상의 연간 메탄가스 총량(약 5억t)보다 더 많은 양이다. 당시 위킨슨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메탄가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팀이 소가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육우의 경우 53㎏, 젖소의 경우엔 평균 121㎏이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약 13억 마리의 소를 합치면 1년에 약 7000만t에 가까운 메탄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이 가스를 잡기 위한 친환경사료 기술을 개발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위(反芻胃) 가축의 메탄 발생량을 줄여주는 가칭 ‘메탄저감화 그린사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실제 소를 대상으로 실험분석까지 마치고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며 “하반기에 제품을 시중에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농축산기업인 미국의 카길(Cargill)을 비롯한 유수의 사료업체들도 비슷한 사료를 개발 중이지만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료)연구소 기반기술팀의 양시용 박사는 “메탄의 양을 기존에 비해 약 25% 이상 줄여주면서 영양성분도 향상할 수 있는 친환경 사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민아 박사는 “개발과정에서 소의 소화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인공 반추위를 만들어 특허를 출원하는 부수적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는 왜 지구온난화의 적(敵)이 된 것일까. 소 같은 반추위 가축이 먹이를 먹으면 첫 번째 위인 반추위 속에서 미생물 작용으로 탄소와 수소가 결합해 메탄이 만들어진다. 이 가스는 소의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소로선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일 뿐인데 환경파괴범이 된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이런 가축 사육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하고 있다. FAO는 2006년 ‘축산업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하며, 이는 전 세계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인 13.5%보다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친환경 사료시장, 3년 뒤엔 1830억 달러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소와 같은 반추위 가축이 만들어내는 메탄가스만 줄일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도 메탄가스를 줄이는 ‘미래 소 개발’ 사업 지원에 나섰다. 백악관은 보고서를 통해 “메탄가스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9%에 불과하고 공기 중에 많이 포함돼 있지도 않지만 이산화탄소의 20배 이상 온실효과를 유발한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오바마 행정부가 메탄가스 수준을 줄이기 위해 2016년까지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또 미래 소 개발 사업 책임을 맡은 미 낙농혁신센터의 주안 타리카리코의 말을 전했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메탄가스는 소의 방귀보다는 트림에서 나온다. 미래 소는 소화를 도와주고 메탄가스 발생을 막아주는 곡물을 먹게 할 가능성이 크다.”



 CJ제일제당은 새로 개발한 친환경사료를 시작으로 사료사업을 성장동력화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유럽 등에서도 가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전망이 밝다. 특히 세계 최대 사료 생산국이자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은 지난 3월 양회(兩會)를 통해 내년 말까지 친환경산업에 2조5000억 위안(약 41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사료시장 규모는 약 5000억 달러. 국제적인 대기오염 개선 움직임을 고려할 때 3~4년 안에 전체 사료 시장의 약 25%를 친환경 사료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사료 시장이 매년 10%씩만 성장한다고 가정해도 3년 후에는 약 1830억 달러의 친환경 사료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는 “이미 글로벌 사료 시장에서는 친환경 첨단 사료를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온으로 하수 찌꺼기 건조 … 효율 높여



 환경파괴 인자를 잡으면서도 경제가치를 향상시키는 시도는 건설·에너지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초 유기성슬러지를 폐열로 건조시켜 화력발전소의 보조연료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기성슬러지는 하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40% 이상을 바다에 버려왔었다. 하지만 해양오염방지 국제협약인 ‘런던협약 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2012년부터 유기성슬러지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됐다. 대신 발열량이 높은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됐다. 효율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었다. 포스코건설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정식 명칭은 ‘건조장치와 혼합장치를 이용한 화력발전소 보조연료 생산 기술’. 김용민 R&D(연구개발)센터장은 “일반적인 슬러지 건조 방식은 섭씨 160~600도의 높은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건조에 소요되는 연료비가 전체 운영비의 70%를 차지하지만 새 기술은 섭씨 120도 이하의 낮은 폐열로 슬러지를 건조시킨다”며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 높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건조에 필요한 열을 발생시키는 데 연료가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방식과 비교해 약 30% 이상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광양 바이오에너지타운에 하루 처리 규모 10t의 시설이 운영 중이다. 경기도 안양 박달 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에 하루 120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폐식용유를 연료로 … 수거인원만 2000명



 치킨집에서 쓰고 버리던 폐식용유조차 신종 에너지원이 되면서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폐식용유를 모아 별도 정제 과정을 거치면 바이오디젤로 불리는 에너지가 된다. 폐식용유는 현재 수송용 디젤에 2% 정도 혼합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폐식용유를 활용해 만든 바이오디젤은 15만3000t. 지난해 12만1000t에 비해 3만2000t 늘어난 수치다.



 버리던 폐식용유가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시장도 생겨났다. 각 치킨집에서 수집인들이 폐식용유를 거둬들인 뒤 이를 중간거래상에 판다. 다시 이를 ‘좌상’들이 수거해 폐식용유 정제공장에 납품해 최종적으로 바이오디젤 공장으로 전달된다. 협회에 따르면 통상 좌상이 ㎏당 50원의 이윤을 남기고 정제공장에서는 100~150원의 이익을 얻는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조영 사무국장은 “버려지던 폐식용유가 돈이 되면서 2000명에 달하는 인력이 수집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식용유의 경제기여도도 상당하다. 통상 폐식용유 1L를 정화하기 위해선 1만L의 물이 필요하다. 협회 측은 “폐식용유의 재활용으로 매년 1조5000억L의 수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이는 15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생활 식수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문병주·김현예 기자



◆탄소배출권거래제=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을 정부가 선정해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할당한 후 이를 사고팔 수 있게 한 제도.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과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육불화황 등 여섯 가지가 거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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