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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구부터 챙긴 그들 … 공동체는 살아있다

중앙일보 2014.04.29 00:01 종합 26면 지면보기
“여기 구명조끼 한 개 없어요.”



 “내 것 입어.”…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27일 ‘JTBC 뉴스9’이 단독 보도한 침몰 직전 세월호 내부 동영상에 등장한 단원고 학생들의 대화 중 일부다.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박수현(17)군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돼 박군의 아버지 박종대씨가 “진상규명을 위해” 제공한 이 영상은 사고 와중에도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청소년 세대의 꿋꿋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배가 기울어가는 위기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양보하는 등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서로 돕고 격려하면서 선생님의 안부까지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승객을 책임지지 않고 먼저 탈출했다는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신속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비난받는 당국을 더욱 부끄럽게 하는 모습이다. 이 착한 아이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따른 회한이 더욱 무겁게 우리 가슴을 짓누른다. 이 학생들은 우리에게 살아 있는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



 분향소의 조문 인파도 아직 이 땅에서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일요일인 지난 27일 임시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올림픽기념관으로 가는 조문 행렬은 빗줄기와 바람 속에서도 1㎞가 넘었다. 조문 온 시민들은 “희생된 학생들이 내 아들·딸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국가적 불행 앞에 너와 나의 구분 없이 모두 나의 일로 여기며 한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번 사고에서 남을 구하거나 도우려다 희생된 교사와 학생, 승무원 등의 사연도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준다.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챙긴 단원고의 남윤철·최혜정 선생님과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한 정차웅군, 최초 신고자 최덕하군, “승무원은 맨 마지막”이라며 학생들을 먼저 탈출시킨 박지영씨와 “지금 애들 구하러 가야 돼”라고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실종된 사무장 양대홍씨 등의 사연이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인터넷에선 이 중 사망자를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해 기리자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6일 침몰 중이던 세월호 주변으로 어선을 몰고 달려와 승객을 구조한 인근 어부들,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을 돕거나 수색작업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에 실망하거나 마음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국가 개조’를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중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너무도 비극적이지만 우리는 결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이번에 확인한 공동체 의식을 안전한 나라, 사고 없는 사회를 만드는 에너지로 승화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 아이들을 최우선적으로 지키는 사회, 모두가 제 할 일을 다하는 나라로 뜯어 고쳐야 한다. 우리가 이 임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이번에 희생된 분들의 영전(靈前)에 어떻게 제대로 설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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