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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를 깨자

중앙일보 2014.04.28 01:14 종합 1면 지면보기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다. 승객 구조를 외면한 선장과 선원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안전과 운항 관리의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정부의 무사안일이 근본적 원인이다. 한국은 관(官) 주도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관료 중심제가 정착됐다. 그러나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관료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세월호 침몰도 뿌리 깊은 관료·업계 유착이 원인
"정권은 잠시, 관료는 영원" … 역대정권 개혁 실패
규제·인허가 독점 막고 범사회 감시망 만들어야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27일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엔 고급 인재들이 관료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관료가 이끄는 계획경제가 불가피했다”며 “그러나 지식기반 사회로 바뀐 지금도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으로 관료가 모든 걸 주도하려다 보니 관경(官經) 유착의 폐해가 심해지고 그 과정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박 안전 검사를 대행하는 한국선급이나 안전운항 관리를 맡은 해운조합에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계속 이사장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해수부의 감독이 허술해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역대 정부의 관피아 쇄신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집권 초엔 대통령이 공무원 개혁을 외치지만 정권 말로 가면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포위돼 옴짝달싹 못하는 전철을 밟아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관료 커뮤니티는 관료 선후배뿐 아니라 관료조직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고객집단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서적 공동체”라며 “이 커뮤니티의 힘이 때로는 대통령보다 강할 때가 있다. 집권 후반부엔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1일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키겠다”며 관료사회 개혁을 위한 고단위 처방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구미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재주가 탁월하다”며 “대통령은 속 빈 강정일지라도 지시대로 척척 물건을 가져오는 공무원을 신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대통령 5년 단임제하에서 관료들은 대통령의 개혁 부담을 함께 나눠 질 이유가 없다. 자신의 운명이 현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료의 힘은 각종 인허가, 규제 권한을 독점하는 데서 나온다. 민간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통해 사회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관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퇴직 후엔 고액 연봉을 받고 유관 기관·기업에 가는 전관예우형 재취업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관료들의 충성심은 정부나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향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정치권에선 “정권은 잠시지만 관료는 영원하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관료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사회정의와 선진 사회는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인허가 등을 투명화해 관료에 대한 범사회적인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퇴직 관료의 취업제한 확대 ▶개방직 공무원 임용 확대 등이 거론된다. 전상인 교수는 “집권 2년 차이긴 하지만 여론만 뒷받침된다면 박근혜 정부에서 관료 개혁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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