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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4조 넘게 사들인 외국인 주춤

중앙일보 2014.04.28 00:05 경제 5면 지면보기
국내 증시로 몰려들던 외국인 투자자금의 ‘밀물’이 잦아들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던 돈이 선진국으로 재차 선회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거세지는 펀드 환매 속에서 외국인에 기대 코스피 지수 2000선 안착을 노리던 국내 증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주부터 매수 강도 약해져
코스피 2000 안착에 찬물
구글·애플 깜짝 실적에
신흥 → 선진국으로 유턴 조짐

 코스피 지수는 25일 급락세를 보이며 1970 선까지 후퇴했다. 외국인 매수가 본격화됐던 지난달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달여간 이어지던 ‘외국인 매수-기관 매도’의 팽팽한 줄다리기의 균형이 무너지면서다. 25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5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 순매수액은 356억원에 그쳤다. 당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세력 간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3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된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지속된 외국인 매수가 슬슬 마무리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만 4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초에는 하루 순매수액만 3000억~4000억원 규모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을 넘어서면서 그 강도는 약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최근 신흥시장 펀드로 들어오는 글로벌 투자자금 규모가 급감한 반면 선진시장 펀드로 가는 자금은 늘었다”며 “신흥시장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세)는 얼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달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패시브(passive) 펀드’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 주식을 ‘콕 찍어서’ 사들이는 펀드들이 아니라 신흥시장 전반을 골고루 사들이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그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 신흥시장 증시가 동반 랠리를 벌인 것도 이런 펀드로 돈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아니라 ‘바이 신흥시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신흥시장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은 이달 첫주 24억9400만 달러, 둘째주 28억9700만 달러에서 지난주 4억65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반면 선진시장 펀드 유입액은 셋째 주 11억6900만 달러에서 지난주 24억4800만 달러로 다시 늘고 있다.



 이처럼 돈의 물길이 방향을 틀고 있는 건 최근 신흥시장 동반 랠리로 선진시장 주식과의 가격 격차가 좁혀진 데 따른 것이란 평가다. 삼성증권 유승민 이사는 “최근의 자금 유입은 선진시장 주식이 너무 비싸졌다는 인식이 확대되자 상대적으로 싼 신흥시장으로 일부 자금이 옮겨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글로벌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선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된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돈은 다시 미국 증시를 노크하고 있다. 특히 구글과 애플이 기대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놓고, 겨울 한파에 움츠렸던 미국 경기 지표도 조금씩 풀리면서다. 반면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에 대한 기대는 다소 꺾이는 조짐이다.



 그렇다고 1900~2000이란 박스권 탈출 기대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차’는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세가 결국 국내 기업 실적으로도 연결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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