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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흔들렸던 검찰, 전방위·초고속 수사

중앙선데이 2014.04.27 00:33 372호 8면 지면보기
토요일인 26일에도 검찰 수사는 바쁘게 돌아갔다. 인천지검은 청해진해운 및 관계회사의 회계업무를 맡아 온 회계사 사무실에서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압수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조타수 박모(59)씨 등 세월호 선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발부되면 세월호의 선박직 승무원 15명 모두가 구속된다. 이들에게는 승객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자신들만 먼저 탈출한 혐의(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가 적용됐다. 부산지검도 선박 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선급(KR)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세월호 침몰] 가속도 붙은 세월호 수사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네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마련된 합동수사본부는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와 선원들 처벌에 주력하고 있다. 세월호 개조와 운항, 안전검사 등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도 합동수사본부의 몫이다.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나 해경의 초기 대응에서의 과실 여부를 밝혀내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인천지검은 세월호의 소속사인 청해진해운과 관계사에 대한 수사와 한국해운조합 비리 수사를 맡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전 ㈜세모 회장인 유병언(73)씨와 가족 및 측근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다.

해운업체가 밀집해 있는 부산을 관할하는 부산지검은 한국선급 관련 비리를 추적 중이다.

세 개의 검찰청에서 20여 명의 검사가 투입되고 금융감독원·국세청·관세청까지 동원된 이번 수사는 해운업계 전반과 유씨 일가의 사업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본격 수사 착수 5일 만에 관련자 소환에 이를 정도로 고속으로 달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광폭·고속 수사의 바닥에는 정권의 의지가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에게도 이 수사는 의미심장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끝에 자리에 오른 그는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팀에 대한 외압 논란과 유우성씨 간첩 조작사건의 혼란 속에서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 주기 어려웠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인천지검의 유병언씨 일가에 대한 수사다.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라는 종교단체가 배경이 된 데다 독특한 사업방식으로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형성한 것이 확인되면서 갖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 엄밀히 보면 유씨 일가 관련 사업체에 대한 수사는 세월호 침몰사건의 곁가지에 해당된다. 인천지검 관계자도 “근본적으로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비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의 ‘숨은 재산 찾아 놓기’ 차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수사는 유씨와 그의 가족, 측근에 대한 탈세·횡령·배임·외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표면적 사업 책임자인 유씨의 차남 혁기(42)씨는 이미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는 해외에 체류 중이다. 인천지검은 곧 유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 관계자는 “사전 증거 수집이 가능하지 않은 돌발적 수사인 데다 언론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외부 여론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포지청의 합동수사본부, 인천지검, 부산지검이 마치 경쟁이라도 벌이듯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데는 검찰 내부의 묘한 세력구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지난해 말 고검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했다.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아예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2012년 말 한상대 당시 총장과 대립하며 ‘항명 파동’에 앞장섰던 최 지검장(당시는 대검 중수부장)에게 법무부와 검찰이 ‘도의적 책임’을 지웠다는 얘기가 돌았다.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대선 후보 관련 의혹 수사인 이른바 ‘BBK 사건’을 맡았던 최 지검장은 꼼꼼하고 성실한 수사로 정평이 나 있다.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최 지검장에게 이번 수사는 명예 회복이 걸린 문제다.

인천지검의 유씨 관련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 외곽으로 밀린 것은 대검 형사부의 지휘를 받는 합동수사본부다. 부산지검 등을 동원해 해운업계의 정·관계 관련 비리를 추적 중인 대검 반부패부의 활약도 상대적으로 덜 눈에 띈다. 대검의 형사부와 과거 중수부에서 수사팀을 없애고 지휘 기능만 남겨 놓은 반부패부는 검찰총장의 ‘직할부대’다. 이런 검찰 내부의 경쟁구도는 세월호 침몰 관련 수사 대상자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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