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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심재륜→최재경 … 유병언, 당대 최고 ‘무사’와 3번째 대결

중앙선데이 2014.04.27 00:36 372호 8면 지면보기
굵은 여름비가 내린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의 보석함 등의 공예품을 만드는 업체인 ㈜오대양의 공장 식당 천장에서 32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시신들이 뒤엉켜 있는 참혹한 모습을 봤다. 손과 발이 끈으로 묶여 있거나 목에 끈이 매어져 있는 시신도 많았다. 여성 28명과 남성 4명의 사망자 신원은 곧 밝혀졌다. 이 회사 사장 박순자씨와 두 아들, 그리고 집단생활을 했던 회사 직원들이었다. 집단자살이냐,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냐를 놓고 각종 설이 난무했다. 유람선 사업과 건강식품 판매로 꽤 알려진 ㈜세모의 사장 유병언씨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종교연구가 탁명환(94년 D교회 신도의 테러로 사망)씨가 “박씨는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라고 주장한 데다 사건 현장에서 ‘삼우도 지금 고통받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는 쪽지가 발견된 데 따른 일이었다. ‘삼우’는 유씨의 회사 삼우트레이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언론들은 이 사건에 구원파의 핵심 인물인 유씨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모·청해진 vs 검찰의 질긴 악연

이 사건은 수원지검 강력부 소속의 박영수 검사가 지휘했다. 훗날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인물이다. 박 검사는 집단자살로 사건의 결론을 냈다. 32명이 동반자살을 결심한 뒤 회사 사장인 박씨의 두 아들과 공장장 이모씨가 29명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자살의 주요 동기는 채무상환에 대한 압박감과 채무관련 고소 사건을 맡은 경찰의 추적으로 발표됐다. 박씨 등은 80여억원의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언론의 숱한 의혹 제기를 뒤로한 채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박 전 고검장은 25일 통화에서 “당시 수사는 사망 경위에 집중됐고, 현장 상황과 부검 결과로 봤을 때 타살이라고 의심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이듬해 국회의 ‘5공화국 비리 특별위원회’에서 다뤄진다. 세모가 전두환 정권 실세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박 전 고검장도 국회에 불려가 “정권의 압력으로 수사를 서둘러 종결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받았다. 조사는 요란했지만 새로이 밝혀진 것은 없었다.

한 해 뒤인 89년 유씨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다. 광주광역시에서 구원파 신도와 가족들이 사업자금을 빌리고는 갚지 않는다며 유씨와 측근을 고소했고, 이 사건은 광주지검 특수부가 맡았다. 당시 특수부장은 훗날 검찰총장에 오른 김각영 검사였다. 유씨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결국 유씨 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돈을 끌어모았던 송모 여인만 상습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팀은 송씨가 모은 돈이 유씨에게 전달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처럼 두 차례의 검찰 수사에서 유씨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며 오대양사건이 점차 잊혀질 무렵인 91년 7월 오대양에서 일했던 6명이 경찰에 자수하는 다소 엉뚱한 일이 일어났다. 이들은 신도 4명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고 실토했다. 그들이 지목한 곳에서 실제로 시신들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박찬종 당시 국회의원은 오대양의 박순자 사장과 직원들이 빌린 돈 중 상당액이 유씨에게 흘러갔다고 주장하며 유씨에 대한 재수사를 주장했다.

당대 최고의 ‘무사’ 심재륜 대전지검 차장(부산 고검장으로 퇴직)이 이 사건의 지휘를 맡았다. 97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직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구속시킨 인물이다. 그는 은행 창고에 쌓여 있던 거래전표를 뒤져 오대양의 박 사장과 광주지검이 구속한 송모 여인의 금전 거래를 확인했고, 그중 일부가 세모로 흘러 들어갔음도 밝혀냈다. 대전지검은 유씨를 종말론을 퍼뜨리며 신도들로부터 헌금 명목으로 금전을 갈취한 혐의(상습사기)로 구속 기소했다. 유씨는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형량이 반으로 줄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심 전 고검장은 2년 전 한 월간지에 정기 인사발령이 나는 바람에 유씨를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유씨, 구원파, 세모의 실체에 대한 더 이상의 추적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유씨는 다시 검찰의 칼날 앞에 섰다. 세월호가 소속된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그는 탈세·횡령·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의 지휘자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대검 중수부장 등의 경력이 보여 주듯 최고의 수사력을 가진 특수통이다. 박영수와 심재륜에 이어 최재경까지, 유씨는 세 명의 전직 중수부장과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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