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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원한 건 리더십, 국민이 본 건 무능·무책임·일탈 …

중앙선데이 2014.04.27 00:38 372호 10면 지면보기
하루 걸러 바뀌는 실종자 수 발표, 엉거주춤한 초기 대응, 더딘 구조작업,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무신경, 관료주의에 따른 현장의 불협화음, 위에만 잘 보이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 준 우리 공무원의 모습들이다. 이게 쌓이고 쌓여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 우왕좌왕 대한민국

 특히 정홍원 총리, 이주영(해양수산부)·강병규(안전행정부)·서남수(교육부) 장관 등 정부의 핵심 지휘부가 앞서 여론의 화살을 자초한 면이 있다. 이들은 절규하는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마치 폭도라도 피하듯 자동차 속으로 피신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실종자 가족들을 두고도 컵라면을 먹는가 하면, 상황을 장악하지 못한 채 연신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되풀이했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TV로 이를 지켜본 국민 모두에게 불신과 분노를 안겨 준 셈이다.

 이를 두고 무엇보다 관료제 리더십의 종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바로 관료주의”라고 단언한다. 국민의 생활감각과 괴리된 채 고시를 거쳐 승진의 길을 평생 걸어온 고위 관료들이 보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정홍원 총리와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판·검사 출신이며,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일찌감치 행시에 합격한 뒤 자기 부처에서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왔다. 전형적인 관료들이다.

 “관료란 법과 규정, 규칙에 따라서만 집행하는 이들이다. 문제는 위기상황인데, 위기란 어떤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단계 아닌가. 쉽게 해결할 수도 없고 똑 떨어지는 정답도 없다. 그런데 배운 것만, 해 온 것만, 익힌 것만 적용시키려 드니 더욱 문제를 꼬이게 만든다. 위기 해결능력이 빵점이다.”(김광웅)

 이는 세월호 사고 수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서둘러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어느 부처 소관인지를 우선 따졌고, 위계적 질서가 너무 몸에 배어 있어 지시만 할 뿐 설득하진 못했다. 서류 작업에 능해 안전대책 관련 매뉴얼만 3000여 개 이상 만들어 놓았지만 실제 상황은 그와 달리 돌아갔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관료가 원래 그렇지 않은데 이번에만 유독 엉뚱한 일을 벌여 욕을 먹는 게 아니다. 평상시 잘못된 관행이 엄중한 상황에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이와 대조되는 게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국의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의 지휘 현장이다. 그는 작전을 총지휘하면서 수많은 기자 앞에서 직접 브리핑까지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전쟁에서 이기려는지 소상히 설명했다. 그 덕에 전장에 자식을 보낸 부모도, 국민도 안심하고 납득할 수 있었다. 그처럼 리더란 ‘안’을 통솔하면서 흔들리기 쉬운 ‘밖’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면 우리는 “군·경의 배가 몇 척 동원됐고, 잠수요원이 몇 명 투입됐다”는 대변인의 일방적 발표만 있었을 뿐이다. 지난 열흘간 희생자 가족도, 국민도 가장 답답해하는 점이다. 극적으로 생존자를 구출해 내진 못한다 해도, 감동적인 연설로 가슴을 울릴 수는 없어도,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현재 왜 이런 방식으로만 구조를 하는지, 궁금증을 풀어 주는 대화가 없었다. 결국 일부 실종자 가족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두지휘를 요구하기 이르렀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는 “현장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현장에 있지 않고, 보고라인 앞에 서 있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여기에 그들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 없다. 그러니 일만 터지면 ‘대통령 나와라’고 외치는 것이다. 관료주의의 한계가 빚어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관료제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 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발명품으로 여겨졌다. 조직 운영에 있어 세세한 절차와 행동양식을 마련해 놓아 권력이나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 과학적 관리방식이었다. 정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월호 사고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가 관료제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아직 근대화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럼 우리의 어설픈 관료조직을 아예 없앨 순 없는 현실에서 리더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21세기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위기 관리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사회가 세분화·전문화될수록 리더의 역할은 축소된다. 반면 아무리 예방을 한다 해도 지진·홍수·테러 등의 대형 사건은 터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 사회엔 전쟁 위험이 상존한다. 결국 리더가 변별력을 보이는 순간은 평시가 아닌 위기가 닥쳤을 때”라고 했다.

 과거 미국 부시 정부가 그랬다. 2005년 카트리나 태풍이 미국 남부를 강타할 때 허술한 대책으로 피해를 확산시켜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른바 ‘카트리나 모멘트(Katrina Moment)’였다. 위기 대처는 이제 권력 유지의 필수 요소다.

 김광웅 총장은 “리더의 자질 중엔 ‘감각과 리듬’이란 게 있는데, 그건 현장에서 몸을 부딪혀 봐야 터득하게 된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는 관료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임동욱 교수는 “위기 대처에 있어 정점에 있는 건 도덕성”이라고 강조했다. “죽을지 모른다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도덕성이 있어야 승객을 먼저 내보내지 않겠는가. 내 자식이 빠져 있다면 구조를 저토록 안이하게 하겠는가. 그런 마음가짐, 공감 능력, 안타까움, 정의감 등이 도덕성이며 그것이 있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료를 중용한 인사권자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총장은 “사태 수습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도로 다시 한번 내려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차제에 재난 상황에 대한 지휘·명령체계의 문제점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행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장으로서 해수부 등 같은 서열의 부처를 컨트롤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무 행정 전문가들이 많은 안행부에선 대형 재난에 대응할 인력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굳이 안행부 소속이 아니라도 미국처럼 재난 현장을 잘 알고,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자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지휘관이 실질적인 결정권과 부처 지휘권을 지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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