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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서울대 행정대학원 공동기획] 성적 공개, 자치역량 높일 동기 … 역기능 최소화는 숙제

중앙선데이 2014.04.27 00:56 372호 14면 지면보기
23일 본사 7층 유민홀에서 열린 전국 지자체 평가 결산 좌담회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하성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전창범 강원 양구군수, 김순은 서울대 교수, 박보생 경북 김천시장,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금현섭 서울대 교수. 최정동 기자
중앙SUNDAY-서울대 행정대학원 공동기획 ‘전국 지자체 평가’가 막을 내렸다. 이번 시리즈는 전국 23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 2만1050명이 스스로 느끼는 정주(定住) 여건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를 토대로 했다. 국내 최초의 시도인 이번 시리즈는 각 지자체는 물론이고 지역 사회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국지자체 평가 <9·끝> 전문가·단체장 결산 좌담

 중앙SUNDAY는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지난 23일 지방자치 전문가와 자치단체장들을 본사로 초청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지자체 평가의 의미를 조명하고 지방자치의 나아갈 바를 모색했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박보생 경북 김천시장, 전창범 강원 양구군수,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하성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금현섭 교수=지금까지 개별 지자체의 자치역량을 주민의 체감도 평가를 통해 정량화한 경우는 없었다. 중앙SUNDAY의 지자체 평가는 그런 점에서 최초의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본다.

 ▶박보생 시장=우린 항상 살기 좋은 지자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긴 어렵다.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전창범 군수=이런 조사를 하는지도 몰랐다. 준비할 틈도 없었다. 뒤집어 말해 조사가 엄청나게 객관적이었다는 얘기다(웃음). 중앙SUNDAY 보도 이후 주민들이 나름 만족스러워하고 계시니 보람을 느낀다. 이런 평가가 정례적으로 이뤄져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성환 구청장=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문제는 ‘경제성장이 국가의 목표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도 주민 행복도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실제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앙SUNDAY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의 이번 기획은 굉장히 의미 있는 실험이다.

 ▶하성 단장=그간의 지자체 정주 여건 조사는 경제성 면에 치중했다는 게 한계였다.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는 큰 의미가 있다. 언론과 대학이 힘을 합쳐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것도 인상적이다.

 ▶김순은 교수=지방자치 발전사를 보면, 과거엔 자치의 목적이 권력 획득과 권한 남용의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상당 부분 민주화를 이뤄냈다. 이제 자치의 목표는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가의 발전이라는 지방자치법 제1조로 돌아갈 때가 됐다. 지금부터의 지방자치는 주민 삶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금현섭 교수=주민의 행복이라는 게 지방정부 행정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박보생 시장=그동안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었다. 이제는 지역주민, 즉 수요자 중심으로 행정도 변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현장성과 자기들의 특수성, 그리고 적시성 있는 행정으로 주민들이 행복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이나 중앙정부의 통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창범 군수=지방정부는 당연히 주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스털린의 역설’에서처럼 양구군의 소득 수준은 다른 곳보다 높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주민이 실제 느끼는 만족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는 일찍부터 힘을 쏟아왔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행정을 펼친 게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정책 목표를 큰 데서 찾지 않고 작은 곳에서 먼저 찾았다. 고장난 가로등을 얼른 고치고, 망가진 도로는 우선 수리했다. 그랬더니 주민들이 좋아하더라. 문제는 재정이다. 현재의 예산 구조 안에서 당장 급한 일은 해결할 수 있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한 인프라를 깔긴 어렵다. 그런 걸 중앙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

 ▶하성 단장=자율성을 확대해 제대로 된 자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맞다.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정부 역시 꾸준히 노력 중이다. 최근 우리 위원회가 내놓은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지역행복생활권과 특화발전 프로젝트) 역시 지역 주도의 발전전략과 중앙정부의 맞춤형 지원을 골자로 한다. 지역 형편을 잘 아는 지자체들이 직접 입안한 정책을 돕자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예산 운영의 자율성이 큰 포괄보조금을 현행 3조5000억원에서 내년엔 4조5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김성환 구청장=자율성을 주는 게 마냥 좋다고 할 순 없다. 미국의 교육 문제가 대표적이다. 교육과 관련한 지자체의 자율성이 큰 대신, 그만큼 지역별로 교육 격차도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앙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자 고민하는 이유다. 지나치게 자율성을 늘리는 일은 새로운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금현섭 교수=지자체 간 경쟁도 본격화하는 시대다. 지금까지는 주로 기업 유치가 경쟁의 주 패러다임이었지만 이제는 주민 삶의 질과 관련한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시대인데.

 ▶김성환 구청장=주민들이 흔히 인근과 비교하곤 한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으로선 어려운 문제다. 국가를 항공모함으로 본다면 지자체는 구축함이다. 덩치가 작은 대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노원구는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사업을 펼치고,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마을학교 사업을 시행했다. 성과도 나온다. 이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도 많다. 이런 작은 실험이 켜켜이 쌓이면 결국 국가 전체를 바꾸게 된다. 지자체 간 경쟁, 마냥 피할 일은 아니다.

 ▶김순은 교수=지자체 사업이라는 게 본디 대규모 사업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안 드는 수많은 행정 서비스, 예를 들어 건축허가를 다른 지자체보다 빨리 내주는 그런 서비스 개선도 분명 지자체 간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흔히 재정 문제를 얘기하지만 그 어려운 재정도 낭비하는 지자체가 많다. 분에 넘치는 호화 청사가 대표적이다. 이벤트성 축제는 또 어떤가. 또 우리나라는 단체장 개인을 위한 불필요한 의전이 너무 많다. 주민을 위한 돈은 없다고 하면서 정작 엉뚱한 데 돈을 쓰지 않나. 냉정하게 고민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돈을 써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이 단체장의 개인 비서처럼 되고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단체장 임기를 8년(연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전창범 군수=중앙정부는 불필요한 복지 지출 경쟁을 막아줘야 한다. 참전용사 수당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자체에서 참전용사 수당을 지급하도록 조례로 만들어 놓으면 이웃한 지자체도 도미노처럼 관련 조례를 만들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는 이런 걸 좀 통제해줘야 한다. 중앙부처 사무관, 서기관들의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명칭은 포괄보조금으로 나오지만 그 사용처에 대해서는 중앙부처 내에 있는 매뉴얼에 적시된 용도를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양구군에선 고랭지 채소 재배로 인해 발생하는 흙탕물을 줄이라는 게 중앙정부의 지침이었다. 그런데 정부 매뉴얼대로 저수조를 만들어 줄이라고만 한다. 채소를 키우던 땅에 과수원을 일구면 오염수가 줄어든다고 건의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런 게 보이지 않는 규제고, 결국 지자체의 경쟁력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금현섭 교수=지자체의 정주 여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공개가 정책 방향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수 있고, 해당 지자체 주민에게는 정책 수요를 일으키는 동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첫 평가이다 보니 아쉬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보완해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

 ▶박보생 시장=객관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면 공개는 당연하다. 우린 다양한 공원과 체육시설 분야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한 해 45개가 넘는 전국 규모 대회가 열리는 지자체는 드물 것이다. 우리의 강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됐고,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얼마만큼 비교우위에 있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이 평가가 시장·군수의 노력 전체를 평가하는 일방적인 잣대가 되는 건 부담스럽다. 언론을 통한 상세한 평가 결과 공개와 관련 정보 제공이 동기 유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주민들의 삶이 나아질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김성환 구청장=좋은 성적을 받은 곳과 그렇지 않은 지자체 간의 갈등, 또 성적이 좋지 않은 지자체 내부에서 주민과 지방정부 간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평가 결과 공개의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하성 단장=저희도 지자체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준비하고, 이르면 하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중앙SUNDAY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이번 시리즈처럼 큰 영향력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하지 못하겠지만(웃음), 이런 식의 평가와 공개는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하지만 시·군·구 간 그룹화를 통해 평가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등수가 공개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김순은 교수=노력해도 성과가 덜 나오는 곳이 있다. 도서 지역이나 접경지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처럼 주민들의 기대치가 높은 곳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여건이 열위라면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균형발전이란 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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