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광기의 글로벌 포커스] 중국 경제, 추락은 없다

중앙선데이 2014.04.27 01:16 372호 18면 지면보기
‘차이나 리스크’를 알리는 경보 사이렌이 요란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경제연구기관 및 언론이 진원지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준하는 태풍이 곧 몰아칠 듯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요즘 서방 언론의 중국 경제 보도는 ‘배싱(bashing·집단구타)’ 수준이다.

그럴듯한 이유들이 제시된다. 그림자금융(비은행권 대출) 등 과잉 부채, 부동산 버블의 붕괴 가능성, 수출 둔화와 실물경기 하강 등이 그것이다. 중국 경제가 지금 큰 짐 덩어리를 싣고 힘겹게 달리는 자전거와 같은 상황인 것은 맞다. 문제는 그런 짐을 감당하지 못해 머지않아 쓰러지느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는 쪽이다. 짐의 크기만 갖고 문제 삼을 건 아니다. 큰 짐을 실어 위태로워 보여도 요리조리 잘 달리는 자전거를 우리는 얼마든지 본다. 자전거의 성능과 운전하는 사람, 달리는 속도와 도로의 주행 여건 등이 맞아떨어지면 그렇다.

쓰러지지 않을 성장 속도 유지
하나씩 따져 보자. 우선 중국 자전거는 속도가 여전히 빠르다. 같은 짐을 싣고 달려도 속도가 시속 30㎞인 경우와 10㎞인 경우는 안정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속도가 느리면 뒤뚱뒤뚱하다 결국 쓰러지기 십상이지만 빠르면 균형을 잡기가 훨씬 쉽다. 중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4%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3배 정도 높다.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연 1000만 명의 신규 고용을 위해 우리가 설정한 7.2% 성장은 올해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고용 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좋다.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도시가 많다. 내수 서비스 쪽 일자리가 활발하게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운영에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수출과 투자에 의존했던 성장을 내수와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경제의 구조개혁 작업이 계획대로 진척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일러스트 강일구
짐의 크기 자체가 과장된 측면도 있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GDP와 비교해 70%에 달한다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은 100~150%를 오르내린다. 중국 기업·가계·지방정부 등의 총부채가 GDP의 200%를 넘는다지만 중국은 저축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저축률이 높으면 부채가 많아도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떨어진다. 중국은 주택담보대출도 집값의 50% 수준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50%는 주택 구입자가 자기 돈을 넣는다. 집 값이 반 토막 나지 않는 한 주택대출이 부실화되진 않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있긴 하지만 중국은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신형 도시화 계획’이다. 중국은 앞으로 2억 명 이상의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주시켜 도시 인구 비율을 현재 54%에서 2020년까지 6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년 1조 위안 이상의 재원을 투입해 전체적으로 42조 위안(약 7000조원)에 이르면 막대한 경제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도시화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이 같은 도시화는 중국의 내수 확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 계획으로 42조 위안 내수 창출
만에 하나 과잉 부채로 인한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중국은 관리 가능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의 시중은행들은 정부가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자금 경색이 생기면 정부는 중앙은행을 동원해 유동성을 얼마든지 확대 공급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다면 3조9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이 즉각 동원될 것이다. 사실 중국은 금융 및 자본시장이 대외에 개방돼 있지 않아 빠져나갈 핫머니도 거의 없다.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속수무책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인도나 한국과는 분명 다르다. 신흥국 경제에 버블을 조장하고는 그 버블을 송곳으로 찔러 터뜨리기를 반복한 게 바로 글로벌 핫머니다.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에 신중을 기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경제는 지금 김영삼 정부 초기 한국 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1인당 GDP 1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경제의 구조 개혁과 금융시장 개방이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영삼 정부는 금방 선진국이 될 듯한 환상에 들떠 버블 경제에 안주한 가운데 금융시장을 섣불리 개방했고 구조 개혁엔 결국 실패했다. 그래서 자초한 게 1997년 외환위기였다.

중국도 그런 경로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실패 경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중국 증시에 대한 코멘트. 차이나 리스크가 없을 것이란 게 곧 주가 상승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구조 개혁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중국 기업들의 긴장과 피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는 더 이상 크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오르기도 힘든 흐름을 이어 갈 공산이 커 보인다. 길게 보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