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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정부 유전자 스포츠구단처럼 바꿔 정책 전문가 키우라

중앙선데이 2014.04.27 01:52 372호 21면 지면보기
서울대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우리가 살 길은 젊고 우수한 과학 기술자를 많이 양성해 기술 값을 낮추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이공계 인력 특채, 과학기술 부총리제도 신설, 행정고시와 기술고시의 통합 등으로 정부조직을 뒤흔들었던 장본인. 참여정부 초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었던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다. 최근 그가 세계적 의학·과학·사회과학 출판사인 스프링거에서 영문으로 『경제성장론:이론과 정책을 위한 새로운 접근』(Economic Growth아래 사진)이란 경제이론서를 출간했다. 경제학자로 변신한 그에게 한국경제가 가야할 길을 물었다.

경제학자로 변신한 자원공학자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conomic Growth』 (springer, 2014) 표지.
-경제성장론에 몰두한 이유는.
“후발국 가운데 선진국을 뒤쫓아 성공한 나라는 독일과 일본뿐이다. 한국과 대만은 아직은 절반 정도 성공했고 중국은 이제 진행형이다. 남미의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10배가 넘던 남미국가는 길을 잘못 들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했다. 우리나라도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국민 1인당 연구개발(R&D) 투자는 우리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총액으로 따지면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와 국민소득이 적어서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이걸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경제성장론에 빠졌다. 그 해답은 저성장의 덫에 걸린 선진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경제성장론』은 일반이론이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관계는 비교우위론으로 설명해 왔는데.
“한국은 쌀, 일본은 철을 잘 만든다고 가정하자. 그럼 한국은 쌀농사만 짓고 일본은 철강만 만들어 서로 교환하는 게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란 게 비교우위론이다. 그러나 쌀농사 암만 잘 지어도 일본 못 따라간다. 이게 자유무역이론의 함정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개도국의 산업보호정책을 상당 부분 용인했던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가 전면적 자유무역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전환된 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가 더 벌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자면 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농업에서 경공업으로, 다시 중공업으로, 이어 지식기반산업으로 끊임없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않으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나.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생산적인 가치창출 부문으로 집중 배분하는 적극적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시장주의자들은 이를 시장에 맡기라고 하지만 이는 미국 레이건 정부와 영국 대처 정부 이후 실패로 입증됐다. 산업정책을 쓴 후발국 독일과 일본, 한국과 대만은 선진국을 따라잡았지만 시장에 맡긴 남미는 실패했다.”

-70년대 모방경제 시대엔 정부 주도 성장이 효율적이었지만 이젠 작은 정부가 필요해진 시대 아닌가.
“정부의 유전자를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모방하던 시절엔 공무원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부처 내에서 여러 다른 업무를 돌아가며 맡게 하는 순환 보직을 없애야 한다. 대신 부처 간 경계 없이 한 분야를 수십 년 다루는 정책 스페셜리스트를 키워야 한다. 예컨대 환경 관련 업무는 환경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도 있고 국토교통부에도 있고 해양수산부에도 있다. 범부처적으로 환경 관련 직무를 두루 거친 공무원은 그야말로 정책전문가가 된다.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면 꼭 필요한 규제만 하게 돼 과잉규제가 저절로 없어진다.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프로 스포츠구단이다. 시즌이 끝나면 성적이 나오고 그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그러니까 류현진은 어느 팀을 가나 투수고 이운재는 어느 구단으로 이적해도 골키퍼만 한다. 공무원 인사도 프로 스포츠구단처럼 바꾸자는 거다. 동네 조기 축구회처럼 공격수 하던 사람이 골키퍼 하는 식의 순환보직으론 안 된다. 공무원도 공격수는 공격만, 골키퍼는 골문만 지키는 식으로 전문화해야 한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인데.
“20년 전엔 평균 수명이 70세였는데 지금은 80세가 됐다. 60세 이상 부양 대상 인구가 두 배가 된 셈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경제활동인구도 두 배로 늘어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노인이 되면 경제활동인구가 다시 지금의 4배로 늘어야 된다. 그러니까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만으론 고령화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내 책 『은퇴가 없는 나라』에서 제안한 세대 간 분업이 해법이다. 임진왜란 때 육전에서 연전연패하던 조선군이 처음 승리한 게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이었다. 1대 3의 병력 열세에도 이를 극복한 건 분업의 힘 덕분이었다. 여성 행주치마 부대에게 병참을 맡기고 남성은 모두 전투에 투입한 것이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된 이상 30년만 일해서는 평생 먹고살 수 없게 됐다. 인생 2모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젊은 사람들은 제조업, 첨단 기술서비스, 산업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일하게 하고 50세 이상에게 요식업관리직 등 일반서비스업을 하도록 세대 간 분업을 유도해야 한다. 25~50세까진 가치 창출 분야에서 1모작하고 50~75세엔 가치 이전 분야에서 2모작하면 은퇴하지 않고 인생 2모작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예컨대 가치를 창출하는 1모작 직업으로 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재형저축 같은 절세 상품을 허용해주고 기술 중소기업의 고용보험을 정부가 부담해주는 등의 유인책을 쓸 수 있다. 또한 가치 이전 분야에서 고령자를 더 쓰도록 혜택을 주면 된다. 박정희 정부 시절 농촌에서 젊은이들을 새마을공장으로 보냈다. 처음엔 농업 생산성이 떨어졌지만 가치 창출 분야에 간 젊은이들이 통일벼를 개발하고 경운기와 화학비료를 공급하니 농업 생산성이 도로 올라갔다. 이 같은 선순환을 다시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 1모작 직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
“자본이 국제화된 이후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노동과 기술이 됐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엄청난 고용을 창출했다. 우리는 젊은이를 1모작 직업으로 많이 보내 기술 값을 낮추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긴다. 한국은 휴대전화 기술 값이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다. 미래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은 과학기술이 될 거다. 젊은이들이 1모작 직업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고, 이제 더 이상 저임금에도 기댈 수 없는 우리나라가 살 길은 젊고 우수한 과학기술자를 많이 양성해 기술 값을 낮추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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