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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曲突徙薪<곡돌사신>

중앙선데이 2014.04.27 02:30 372호 27면 지면보기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한자 성어로 망양보뢰(亡羊補牢)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대신 장신(莊辛)이 한 말이다. 그는 한때 초의 양왕(襄王)에게 간언을 했다가 내쳐지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얼마 후 양왕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장신을 다시 불렀다. 이에 장신은 말하기를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고 했다. 양왕이 뒤늦게나마 과오를 깨달았으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처럼 망양보뢰는 처음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그러나 훗날 이 말은 일을 그르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게 됐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나 만시지탄(晩時之歎) 등의 성어와 의미가 상통한다. 우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을 자주 쓴다.

망양보뢰와 반대되는 성어로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이 있다. 옛날에 길을 지나던 나그네가 한 집을 보니 굴뚝을 곧게 세우고 굴뚝 옆에는 땔나무를 잔뜩 쌓아 놓은 게 불이 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집 주인에게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 즉 화근을 미리 제거하라는 ‘곡돌사신’의 충고를 했다. 그러나 집 주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과연 며칠 뒤 그 집에 불이 나고 말았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겨우 불을 끄긴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화상을 입는 등 부상을 당했다. 이에 집 주인은 술상을 차려 신세를 갚으려 했다. 물론 처음에 굴뚝을 고치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충고한 이는 잊혀진 지 오래였다. 이때 한 사람이 시를 한 수 지었는데 그 시에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충고한 사람의 은혜는 모르고 불에 덴 사람만 상객 대접을 받는구나(曲突徙薪無恩澤 焦頭爛額是上賓)’라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맨 처음 충고를 해 준 사람은 상을 받지 못하고 불이 난 뒤 불을 끈 사람만이 대접을 받는다는 뜻으로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말이긴 하지만 재앙의 원인은 대부분 천재(天災)보다는 인재(人災)다. 곡돌사신의 교훈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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