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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시대공감] 아베와 푸틴이 배워야 할 것

중앙선데이 2014.04.27 03:02 372호 31면 지면보기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와 아베 총리의 일본이 ‘닮은꼴’이다. 푸틴의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만족하지 않고 동부 지역에 지속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함으로써 추가적인 영토 합병 또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노린다. 아베의 일본은 국가 주요 인사들의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과거 군국주의의 향수를 지피며 한국 및 중국과의 역사 갈등을 강화·확산시키는 중이다.

푸틴과 아베의 큰 공통점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다. 푸틴은 냉전시대 세계를 호령하던 소련의 영광은 물론 유라시아 대륙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던 러시아 제국의 과거를 되살리려 한다.

아베 역시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지배했던 대동아공영권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어느 나라 리더나 민족사의 영광을 기념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그것이 현재와 미래를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두 번째 특징은 영토에 대한 집착이다. 푸틴은 지난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크림반도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면서 주변국의 러시아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야심을 공표했다.

아베의 일본에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초등학교부터 교육하겠다고 한다. 영토는 모든 국가의 기본적 바탕이지만 러시아나 일본과 같은 대국이라면 이웃과의 작은 영토분쟁이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지는 않는지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러시아와 일본은 모두 이웃 나라에 대한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상식과 논리를 외면한다. 넓은 영토의 제국이 만들어진 것은 침략의 결과다. 그러나 20세기는 무력으로 형성한 제국을 해체하고 탈식민화를 이룩한 해방의 세기다. 21세기 들어 러시아와 일본이 다시 낡은 영토 야욕을 민족자결(크림반도)이나 국제법(독도)의 권리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인 왜곡과 궤변에 불과하다.

아베와 푸틴의 전략은 민족주의 포퓰리즘이다. 기울어가는 국운에 대한 국민의 상실감을 민족주의적 담론과 도발로 자극해 인기를 얻어 보려는 꼼수다. 그러나 이런 포퓰리즘은 두 정치인에게 단기적인 지지기반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장기적인 국가 이익은 희생당한다. 이 전략이 초래하는 주변국과의 대립과 갈등은 미래의 적대감을 양산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사실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이제는 ‘원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집착과 궤변은 예기치 못했던 한·중 역사연합을 낳았다.

푸틴은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유럽에 대한 무기로 인식하고 악용한다. 러시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3분의 1 수준인데, 푸틴은 언제든 공급 파이프의 밸브를 잠글 수 있다고 협박한다.

유럽은 2006년과 2008년에 이미 러시아의 횡포를 경험한 뒤 수입 다변화, 자체 셰일가스 개발, 유럽 통합 에너지 정책 등 장기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푸틴 덕분에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것이다.

일본은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안보동맹 미국을 동원 중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심리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계산이지만 확실한 수는 아니다.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미국의 ‘실망’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의 과거지향적 고집에 대한 미국의 피곤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앞으로 미·중 간 복합적 이해가 발전하면서 일본이 배제되지 말란 법도 없다. 1979년 미국은 30년의 전통 우방 대만을 버리고 중국을 택했다.

푸틴이나 아베 모두 전후 독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독일은 1940년대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전형인 나치즘으로 멸망했고 분단되었다. 그러나 1990년 장기적 비전으로 국가 이익을 추구했던 헬무트 콜 총리의 전략으로 통일에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과거 영토의 25%를 상실했지만 통일 과정에서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또한 독일은 침략과 수탈의 과거를 확실하게 부정하고 참회하는 것은 물론 전 국민의 역사와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불행과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통일을 우려하는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독일은 애지중지하던 도이치마르크마저 포기하면서 ‘유럽 속의 독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로가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주변국에 대한 장기적 이해와 배려를 통해 유럽의 중심으로 우뚝 선 통일 독일은 러시아나 일본은 물론 세계화 시대 모든 국가에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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