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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친박의 진짜 실력

중앙선데이 2014.04.27 03:03 372호 31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새벽, 청와대로 향하겠다고 나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앞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막아섰다. 정부의 책임 있는 대표가 나와 달라는 외침에 이 장관이 “내가 책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코웃음을 쳤다. “장관도 파리 목숨이지, 무슨 힘이 있느냐”는 식이었다. 결국 이 장관이 한 일이라곤 “총리와의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해결사가 아닌 중개인이었다.

이 장관이 누구인가. 박근혜계 4선 의원 아닌가. 현 정권을 탄생시킨 집권 주도세력이자 실세다. 하지만 눈치 빠른 세상 인심은 누구보다 그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건 박근혜계 전체의 위상이기도 했다. ‘너희가 폼만 잡지 무슨 결정권이 있느냐’는 냉소였다.

실제 이 장관은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과정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 가족들의 항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거의 전부였다. 다른 실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불통이 튈까 무서워 잔뜩 몸을 웅크릴 뿐 국가적 재난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세월호 사고는 이 나라 집권당 실세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친박(親朴)으로 불리는 여권 핵심 계파의 위기는 이미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고됐다. 정몽준(서울)·남경필(경기)·원희룡(제주) 등 비박(非朴) 혹은 비주류 인사들이 중진 차출론이란 전략 아래 전면에 등장할 때 친박의 활약상은 눈에 띄지 못했다. 강길부(울산)·박완수(경남) 등 친박 인사는 당내 경선에서도 패했다. 친박 핵심이라는 서병수(부산), 서상기·조원진(대구) 등도 고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정복(인천) 예비후보 역시 경선부터 접전 중이다. 지금껏 본선에 오른 유일한 친박은 김관용 경북지사뿐이다. 그 때문인지 “사실상 전멸할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친박 내부엔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과거에도 이토록 초라한 집권세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유는 뭘까. 우선 개별 인사의 정치력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박근혜 브랜드’의 우산 아래 있을 뿐 자신만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충성심으로 무장돼 있고 ‘튀면 죽는다’는 계파 내부의 독특한 정서도 작용했을 듯싶다. 그 결과 평소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힘을 내야 할 비상시엔 오히려 힘을 모으지 못하는 것 아닐까.

그럼 지방선거 이후 친박은 어떻게 될까. 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계파의 보호막이라는 보험을 함부로 깰 이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적 후각까지 잠자코 있을 리는 없다. 뚜렷한 가치관과 정치노선, 그리고 비전을 공유한 정치집단의 탄생은 유권자들도 바라는 일이다. 흔들리는 친박이 6·4 지방선거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어떤 변신을 시도할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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