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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홍어

중앙선데이 2014.04.27 03:05 372호 31면 지면보기
필자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한식을 테마로 한 여행 프로그램에 최근 호주 여성 네 명이 참여했다. 밤 막걸리와 튀김을 먹던 중 그들의 시선이 옆 테이블로 향했다. 그 테이블 위에 있던 건 닭발. 두꺼운 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닭발을 본 그들은 일제히 외쳤다. “저거 먹어 볼래요.”

한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생각되는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나는 주로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외국인들은 그거 안 좋아해요.”

일부 한국인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고 해서 외국인 전체가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최근 미국의 한 매체가 홍어에 대한 기사를 실었고 많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아시아에서 가장 냄새가 심한 생선’이라는 제하의 기사 홍어의 역사와 함께 한국인들이 홍어를 즐기는 이유를 파고들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내게 홍어에 대해 취재를 요청했을 때 나는 그를 내가 좋아하는 인사동 홍어 전문점으로 데려갔다. 그도 처음엔 냄새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내가 홍어를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 시범을 보이자 용기를 내더니 그 이후엔 “맛있다”면서 즐거워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다른 나라 음식을 좋아하기까지는 적응이 필요하다. 음식뿐 아니라 음악이나 예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음식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면 그 음식에 대한 애착이 형성된다.

한식의 세계화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한식이 먹는 이에게 친화적인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냄새다. 김치부터 청국장·홍어와 같은 음식은 강렬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식만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 치즈 중에서도 냄새가 심한 게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치즈를 몇 번 맛본 이들 중 일부는 그 맛에 중독된다. 한식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대접하는 한식에 대해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듯하다. 외국인이 젓가락을 사용하거나 김치를 먹으면 대단히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내가 ‘한식을 좋아하는 외국인’으로 한국 방송에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 방송 제작진은 항상 “외국인이 이 음식을 좋아하다니 참 이상하네요”라는 식의 말을 하곤 한다. 난 그런 생각 자체가 참 이상하다.

나뿐 아니라 내가 아는 주한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듣는 말 중 하나가 “이 음식은 너무 매우니까 드시지 마세요”다. 걱정을 해주시는 건 감사하다. 하지만 한식보다 맵거나 양념이 센 인도·태국·멕시코 음식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한식을 알리고자 하는 한국인들이 또 하나 갖고 있는 걱정거리는 한식에 대한 인식이다. 언젠가 어떤 공무원이 세계적 여행안내서인 『론리 플래닛』에 대해 의논할 게 있다며 나를 불렀다. 그는 “책에 나온 부대찌개 관련 내용은 다 삭제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지는 한식으로 첫 미슐랭 스타를 받은 뉴욕 소재 한식당 단지를 보면 된다. 단지의 인기 메뉴는 부대찌개를 곁들인 불고기 샌드위치다.

언젠가 서울의 한 특급호텔이 주최한 한식 메뉴 프로모션 행사에 갔을 때, 나는 현대화된 담음새에 한식의 맛을 고스란히 살린 한식에 감탄했다. 그런데 다른 한국인 블로거·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너무 한국적이에요.”

한식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인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들도 한식을 좋아한다. 호화스러운 음식만 한식으로 밀 필요가 없다. 매운 양념을 뺄 필요도 없다. 모두가 다 한식을 좋아하길 바라는 것보다, 뭔가 차별화된 음식을 찾는 세계인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들은 말할 거다. “아이 러브 홍어”라고.



조 맥퍼슨 한국 문화 관련 블로그(http://zenkimchi.com)를 운영하는 미국인. 외국인 대상으로 한식과 한국 명소를 소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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