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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조합 문제" 대통령 지적에 … 대답 없는 해수부

중앙일보 2014.04.26 00:33 종합 10면 지면보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한국해운조합의 해운사 감독권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선박 안전 점검 여부와 같은 일들을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해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지만, 해수부는 일주일이 다 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이익단체가 선사 감독 안 돼" 주문
1주일 되도록 개선 움직임 없어
안전예산 중 교육에 쓴 돈 3.3%뿐

 현행 해운법은 해운사에 대한 안전운항 지도·감독권을 해운조합에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이익단체가 회원사에 대한 감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실상 법을 바꾸라는 주문을 했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묵묵부답이다.



 해수부는 오히려 대통령 발언 다음 날인 22일 연안여객선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면서 해운조합을 참여시켰다. 24일에도 ‘여객선 탑승객 신분확인을 철저히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감독하는 기관 중 하나로 해운조합을 지정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질책한 사안을 ‘즉각 조치하겠다’고 발표하기는커녕 계속 해운조합에 일거리를 주겠다고 하니 정부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안전운항 감독 제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외국 해사(海事)안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해수부는 23일 서울국제해사포럼을 열어 국제수로기구(IHO) 의장, 유럽해사안전청(EMSA) 청장,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사무총장 등을 초청했다. 하지만 포럼의 주제는 해수부의 중점 추진 사업인 ‘e-내비게이션’으로 한정됐다. 세월호 사건 발생 이후 언론과 여론이 지적한 해운 제도의 문제점을 소개하고, 조언을 듣는 시간은 없었다. 주요 초청자에 대한 언론의 인터뷰도 해수부가 사실상 가로막았다. 언론이 외국 전문가를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행정부를 대신해 입법부가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해운조합에 대한 안전관리 기능을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무원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사안도 의원 입법에 기대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며 “이 때문에 대통령 지시 사항을 야당 의원이 추진하는 어색한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



 그동안 선박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2년 정부가 책정한 해사안전예산은 5653억원이다. 2011년 12월 해사안전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시행계획’을 만들고, 별도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종사자 안전’ 분야에 배정한 돈은 3.3%(183억원)에 그쳤다. 이 중에서도 67억원은 선원복지고용센터 운영과 복지회관을 세우는 데 쓰였다. 올해 투자 계획에서도 정부는 ‘해상종사자의 안전역량 제고’에 904억원을 쓰겠다고 했지만, 세부 사항을 보면 ‘해양사고 예방 교육의 체계화’를 위한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기관공학부 교수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이 분야를 소홀히 다루기 쉽다”며 “이런 관행이 이번 세월호 사건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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