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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베 지지율 나보다 높으니 TPP 양보를"

중앙일보 2014.04.25 02:30 종합 8면 지면보기
아베 총리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관련, 공개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센카쿠를 포함, 일본의 통치하에 있는 영토는 (미·일) 안전보장조약 적용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조약 5조는 ‘일본의 통치 아래 있는 영역에서의 무력공격과 공통의 위험엔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무력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개입하는 대상이라는 의미다.


미·일 정상회담서 타결 불발
"센카쿠, 미·일 안보조약 대상"
중·일 영토 문제선 아베 옹호

 미국의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이런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그는 “안보조약이 일본의 통치하에 있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는 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일방적인 (현상의) 변경을 시도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영유권에 대해선 특정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도발하지 않고 협력해야 하며 평화적인 해결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지만, 어쨌든 끈질기게 이 발언을 요구해온 일본에 선물을 준 것은 분명했다. 수혜자인 아베 총리는 잔뜩 기세를 올렸다. 아베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통치권을 손상시키는 모든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못을 박았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센카쿠를 콕 집어 의견을 밝혀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난색을 표명했다. 그가 생각을 바꾼 데 대해 아사히(朝日)신문과 NHK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 때문에 유럽 동맹국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불만이 아시아로까지 번져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TPP에 대해서만큼은 “성장이 둔화된 일본이 전진하려면 개혁을 해야 한다” “미국에 비하면 일본의 농산품·자동차 시장 개방은 제한돼 있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양보를 압박했다. 23일 일본 도착 뒤 첫 일정이던 아베 총리와의 스시 회동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60%, 내 지지율은 45%”라며 “정치적 기반이 강하니 양보하시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쇠고기 관세 인하 폭 등에 대한 의견차이로 TPP는 타결되지 못했다. 양 정상은 “각료급 협의를 계속한다”는 데만 합의해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떠나는 25일 오전까지 결론은 유보됐다. 양국 간 공동성명 발표까지 미뤄지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반겼다. 아베 총리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 양국 간 동맹 강화를 위해 일본이 검토 중인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소개했다. 회견에서 미국 측 기자가 야스쿠니(靖國) 참배 문제를 거론하자 아베 총리는 “전쟁의 참화에 신음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려는 결의도 담겨 있었다”는 변명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을 ‘신조(성을 뺀 이름)’라고 부른 오바마 대통령을 ‘버락’이라고 부르며 “당신이 어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스시를 먹었다고 했는데, 나에게도 가장 맛있는 스시였다. 버락과 내가 더 좋은 양국관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회담 중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양호한 관계가 지역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 여러 레벨에서 의사소통 하겠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일 연계를 강조하며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고 한다.



 일부 외신은 아베 총리의 말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스시를 절반 정도밖에 먹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TV아사히는 “아베 총리가 20점, 오바마 대통령이 14점을 먹었다”고 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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