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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만의 수업 … 한 명 한 명 꼭 안아준 선생님

중앙일보 2014.04.25 00:49 종합 10면 지면보기



단원고 3학년 학생들 재등교
"텅빈 학교 가는 것 같아 마음 무거워"
심리 치료하고 대화의 시간도



































모퉁이를 돌아 학교가 보이는 순간 여학생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에 가면서도 장난치고 수다 떠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 8시10분쯤 최모(17)양의 운구 차량이 학교 운동장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가자 등교하던 학생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16일 세월호가 침몰 직후부터 8일간 휴교를 마치고 24일 다시 등교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모군은 “친한 후배가 희생됐다”며 “텅 빈 학교에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단원고는 이날 학생 보호를 위해 취재진을 학교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하교 시간에도 교문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서 학생들 모습만 지켜봐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낮 12시20분 4교시 수업을 마친 뒤 김학미 3학년 부장 교사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오히려 교사들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담임 교사에게 희생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사 안부를 물으며 “○○ 선생님 많이 힘들어하시니 않아요”라고 묻는 학생이 많았다고 한다.



 1교시가 시작되자 담임 교사가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줬다. 8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얘기했다. 둘째, 셋째 시간에는 전문의와 상담사들이 심리치료를 했다. ‘트라우마 떠나보내기’를 주제로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엽서에 적도록 했다. 학생들은 실종·사망·생존자와 정부 등에 하고 싶은 말을 썼다. 학교는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정운선 단원고 학생건강지원센터장(경북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교사가 빨리 심리적 안정을 찾은 학급은 아이들도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며 “진도에 있는 교사들이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해 학생들과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학생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 수업과 동아리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 학교 생활에 빨리 적응케 하려는 목적이었다.



 심리치료 덕인지 하교하는 학생들은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날 3학년 학생 505명 중 25명이 결석했다. 결석자 중 5명은 유족이고, 18명은 후배 장례식에 참석했다. 2명은 몸이 아파 나오지 않았다.



 3학년 학생들은 25일부터 교과 수업을 받는다. 4교시까지 일반 수업을 하고, 5~6교시엔 심리치료를 한다. 28일부터는 1학년 학생들과 2학년 중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13명이 등교한다.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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