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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30분 넘기지 말라지만, 실종자 가족 생각하면 … "

중앙일보 2014.04.25 00:44 종합 14면 지면보기
사고 발생 9일째이자 비교적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 마지막 날인 24일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는 실종자 수색 이 계속됐다. 민간 잠수사(머구리)가 잠수를 하기 전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물 밖은 한낮. 하지만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는 불과 10㎝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지난 22일 오후 그 속을 돌아다니던 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잠수요원 백대륙(36) 경장의 머리에 뭔가가 ‘탕’ 부딪혔다. 통증이 몰려왔지만 작업을 계속하고 올라왔다. 잠수복을 벗는데 곁에 있던 요원이 말했다. “어, 피가….” 잠수복을 입었는데도 이마가 찢어져 의료지원선에서 8바늘을 꿰맸다.

해경 요원 500여 명 목숨 건 수색
앞 안보여 꽝 … 이마 찢기기도
10여 명 잠수병 앓아 감압 치료



 세월호 구조·수색 작업에는 해경과 해군 특수부대(UDT) 소속 잠수부 500여 명이 투입됐다. 해경에 따르면 세월호까지 붙잡고 들어갈 수 있는 줄이 6개여서 동시에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인력은 12명뿐이다. 이들 12명은 산소가 떨어질 때까지 30분 정도 물속에 머물다 올라와 다음 조와 교대한다. 한 번 잠수하면 함정에서 24시간 쉬는 게 원칙이다. 그래야 높은 수압을 견뎠던 신체가 회복된다. 하지만 지금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백 경장부터 그랬다. 캄캄한 물속에서 뭔가 앞에 있는 것을 느꼈으나 산소가 부족해 올라왔다가 산소통을 바꿔 메고 다시 들어간 적이 있다. 그는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교대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 구조·수색 현장을 총괄하는 박광호(48) 경감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 ‘절대 30분을 넘기지 말라’고 두 번 세 번 말해도 30분을 넘기는 요원들이 있다”고 했다.



 “아이 시신을 봤는데 공기가 좀 부족할 것 같다고 어떻게 그냥 나올 수 있느냐”고들 했다. 하나같이 돌아 나오기 직전에 시신을 발견하고 끌어내온 요원들이었다. 이러다 보니 어지럼증을 느끼고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하는 잠수병을 앓는 요원이 생겼다. 박 경감은 “해경에서만 지금까지 10여 명이 잠수병을 치료하려고 해군의 감압 체임버 신세를 졌다”고 전했다. UDT 요원 한 명은 허파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 24일 경남 진해시의 해군 해양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백 경장은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11시10분, 김철호(34) 순경과 한 조를 이뤄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였다. 세월호에 연결된 줄을 잡고 물속으로 들어가려는데 수면이 요동쳤다.



초대형 풍선(리프팅백)과 세월호를 연결했던 굵은 줄이 끊어지면서 리프팅백이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른 것이었다. 백 경장은 “캄캄한 밤이어서 줄을 놓치면 다른 요원들이 우리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자칫 이걸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물속 작업은 쉽지 않다. 24일 조류의 속도는 시속 1.2㎞ 정도. 이런 물속은 지상에서 시속 약 30㎞ 바람이 부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나마 24일까지는 물살이 약한 때다. 25일부터는 시속 4㎞ 이상으로 빨라진다. 태풍이 불어닥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이다. 박광호 경감은 “24일 구조·수색을 최대한 서두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해경과 해군은 이날 산소통이 아니라 배에서 호스를 통해 잠수요원에게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방식의 작업도 병행했다. 호스가 얽히면 위험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1시간까지 물속에서 버틸 수 있어서다.



 시신을 인양한 잠수요원들 상당수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꿈에 시신이 나타나 잠을 깨고, 낮에도 시신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고 한다. 백 경장은 “캄캄한 물속에서 시신을 대할 때마다 공포가 몰려온다”며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속으로 ‘내 가족이다. 내 손으로 거둬야 한다’고 거듭 되뇐다”고 말했다.



진도=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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