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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위기마다 "내 책임" 마지막까지 그랬다

중앙일보 2014.04.25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LG의 김기태(45) 감독이 말없이 떠났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그는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 대신 사과드립니다.”

김기태, 17경기 만에 사퇴 왜
"최하위 LG, 충격 줘야 반등"
구단과 선수 영입 갈등설도
팀은 삼성과 연장 끝 5연패



 마지막 순간엔 그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이 사퇴하자 프로야구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지난해 LG를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평판도 워낙 좋아 LG에서 롱런할 것으로 보였다. 사의를 표하기 전 성적(4승1무12패·9위)이 나쁘긴 했지만 만회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빠르긴 해도 김기태다운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초라한 끝을 보느니 오케스트라 지휘자·해군 제독과 함께 남자가 해볼 만한 3대 직업이라는 프로야구 감독 자리도 얼마든지 던질 수 있는 게 김기태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밤 김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백순길 LG 단장이 ‘무박2일’의 술자리를 통해 만류했지만 김 감독은 뜻을 꺾지 않았다. 백 단장은 “김 감독이 ‘팀에 큰 충격을 주면 현재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 제가 책임진다면 팀은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지금 물러나야 LG가 반등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감독 속이 편했던 적은 거의 없다. 그가 LG 지휘봉을 잡은 2011년 말 조인성·이택근·송신영 등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를 떠났다. 이어 승부조작에 연루된 투수 2명이 빠져나갔다. 2012년 6월 마무리 봉중근이 오른손으로 소화전을 내리쳐 부상을 입었다. 중위권에서 버티던 LG는 7위까지 미끄러졌다.



 2013년 5월엔 일부 선수가 ‘물벼락 세리머니’를 해 지탄을 받았다. 어려울 때마다 김 감독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변명 없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김 감독을 구단도, 선수단도 좋아했다. 이병규(40)는 “감독님과 오래 야구 하고 싶다. 그러려면 우리가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쌍방울·삼성·SK는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도맡았던 그는 타고난 보스였다. 감독 2년 만에 말 많고 탈 많은 LG를 잘 이끌어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했다. 그렇다고 10년 동안 이어진 LG의 무기력증이 완전히 치유된 건 아니었다. LG는 지난겨울 FA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구단은 김 감독의 복심(腹心)인 차명석 투수코치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올 시즌엔 접전마다 패하면서 분위기가 나빠졌다. 지난 20일 한화전에선 정찬헌이 정근우에게 연속 빈볼을 던져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LG 선수들은 단체 삭발을 하고 22일 대구 삼성전에 나왔지만 1-8로 대패했다. 김 감독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밤 그는 마지막 코멘트를 남겼다. “선수들 마음이 고맙다. 모든 게 감독 책임이다.”



 LG 주장 이진영(34)은 24일 삼성전을 앞두고 “우리 팀에서 감독님을 좋아하지 않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야구를 못한 우리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LG는 삼성과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연장 10회 말 최형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8-9로 졌다. 최근 5연패다. LG는 올 시즌 6차례 연장전에서 1무5패다.



 대전에서 한화는 선발 유창식의 7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와 2회 터진 송광민의 투런홈런에 힘입어 두산을 9-3으로 이겼다. NC는 SK를 13-7로 꺾었고, 넥센은 롯데를 10-3으로 눌렀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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