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우리 사회가 키운 괴물

중앙일보 2014.04.25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조강수
사회부문 차장
‘13인의 아해(兒孩)가 도로를 질주하오(길은 막힌 골목이라도 좋소)’



봉두난발의 천재 시인 이상(李箱)이 1934년 발표한 연작시 오감도(烏瞰圖) 첫 편의 첫 구절이다.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이 아해(Ahae)를 예명으로 사진작가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73세의 유씨가 ‘아이’의 옛말인 아해를 차용한 이유는 알 길이 없다. 짐작하건대 이상과 자신을 동일시한 것 아닐까 싶다. 이상의 표현대로 유씨도 자신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로 느끼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모가 성경 속에 나오는 선지자 모세에서 따왔듯 아해는 야훼(Yahweh·하나님)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기독교 학자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유씨가 일부 천재 끼를 발휘한 건 사실 같다. 종이비누 발명가, 유기농 전문가, 사진작가, 목사 등 1인 다역을 소화했다. 다판다, 모래알디자인 등 기억하기 쉽게 회사 이름을 짓는 데도 소질을 보였다.



 베일에 가려 있던 아해의 정체가 드러난 건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해서다. 그가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밝혀지면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런 의문이 또렷해진다. 대한민국에 과연 ‘정의’는 살아 있나.



 그가 누군가. 1987년 32명이 숨진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의 배후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의문은 남았다. 97년 세모가 부도난 뒤 10여 년 만에 완벽하게 회사를 재건한 과정은 섬뜩하다.



 법정관리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수백억원대 세모의 부채를 탕감받은 뒤 자신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신도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그대로 되찾아왔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한다는 시구처럼 공교롭게도 현재 이 회사는 국내 13개, 해외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56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회사 경영과 종교를 분리하지 않고 공동체 생활을 선호했다. 서울에만 강남구 역삼동엔 계열사들이 밀집해 있고 서초구 염곡동엔 임직원들이 모여 산다. 전국 각지에 땅을 대량 매입한 뒤 영농법인을 통해 관리해 왔다. 그럼에도 주식은 한 주도 갖지 않고 ‘그림자 경영’을 해왔고 사생활 역시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그러나 해외 전시회 때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인전시회를 열었을 때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연주케 했단다. 수사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럼에도 여태껏 누구도 모르고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섬뜩하다”며 “우리 사회 시스템에 큰 구멍이 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괴물을 키웠다. 그 괴물은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수많은 목숨을 집어삼켰다. 좋은 전통은 기억하는 것이고 참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이태닉호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리멤버 버큰헤드(Remember Birkenhead!)호’를 되뇌며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했다. 우리는 절대 ‘세월호를 잊지 말자(Do not forget Sewol!)’. 그래야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조강수 사회부문 차장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본 인터넷 신문은 지난 4월 16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정 및 반론보도문 게재합니다.



유 전 회장이 달력을 500만원에 관장용 세척기는 1000만원에 판매한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에는 비밀지하 통로나 땅굴은 존재하지 않으며 유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무관함은 지난 세 차례 검찰 수사 결과에서 밝혀졌으며 이는 지난 5월 21일 검찰이 공문을 통해 확인해 준 바 있으며, 유 전 회장이 해외밀항이나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시도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관련 주식을 소유하거나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실소유주나 회장이라 할 근거가 없으며, 유 전 회장은 1981년 기독교복음침례회 창립에 참여한 사실이 없고 해당교단에 목사라는 직책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으로 추정되는 2400억의 상당부분은 해당 교단 신도들의 영농조합 소유의 부동산이며, 기독교복음침례회에는 해당 교단을 통하지 않고는 구원을 얻을 수 없거나 구원받은 후에는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교리는 없으며, '세모'는 삼각형을 '아해'는 '어린아이'를 뜻하며, 옥청영농조합이나 보현산영농조합 등은 해당 영농조합의 재산은 조합원의 소유이며, 기독교복음침례회 내에는 추적팀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