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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육·해·공군 다음이 해운이라는데 …

중앙일보 2014.04.25 00:05 경제 10면 지면보기
박명섭
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최근 한국의 해운업은 짙은 안갯속에 갇혀 있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과 2위인 현대상선은 선박·터미널을 팔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고, 3위인 STX팬오션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여기에 국내 선사를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2위인 MSC(스위스) 및 3위인 CMA CGM(프랑스)이 뭉쳐 ‘P3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다. 세계 29개 항로에 선박 255척을 투입해 곧 공동 운항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44%에 달한다. P3 네트워크는 이달부터 세계의 3대 간선항로인 아시아~유럽, 태평양, 대서양의 주요 항로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선박의 대형화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원가절감과 서비스 수준 향상을 통한 이들의 경쟁력에 한국 해운사가 과연 맞설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세계의 주요 선사들은 초대형선을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1위인 한진해운은 지난 3년간 초대형선을 발주한 적이 없다.



 이는 선박금융 지원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머스크의 맹활약은 기업 차원의 노력만이 아니라 덴마크 정부의 금융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CMA CGM도 금융위기 때 파산 직전에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회생하여 세계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해운·조선·항만업체에 대출·보증을 해주는 기구인 선박금융공사의 설립이 논의되다 백지화됐다. 대안으로 제시된 해운보증기금 설립도 유보됐다. 규모가 축소되고, 기능면에서도 문제가 나오는 해운보증기구가 궁여지책으로 설립되는 게 전부다. 알맹이 빠진 이 기구가 과연 좌초 직전의 한국 해운을 살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항만업도 불안하다. P3 네트워크가 기항 비중에서 부산항을 축소하고, 세계 1위의 상하이항과 세계 6위의 닝보저우산항의 기항 비중을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해운은 해양 권력(seapower)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1982년 벌어진 영국·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하자 영국은 대함대를 파견했다. 여기에는 상선을 개조한 애틀랜틱 컨베이어호도 있었다. 당시 영국군이 징발해 개조한 이 선박은 탄약·유류·헬기 등을 수송했다. 이 전쟁은 74일 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끝났다. 이처럼 해운은 해상 군사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해운업을 순수한 산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국가안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이유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해운을 육·해·공에 이은 제4군(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항만은 배가 들어와야 살고, 무역은 해운이 받쳐줘야 산다. 해운·항만·무역은 시차를 두고 한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중국은 해양강국 건설을 국가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일본은 해병대 창설을 추진하는 등 주변국들이 해양력의 증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100%에 육박하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입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우리의 해운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국가경제와 안보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박명섭 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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