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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국산 경전투기 1대 = 쏘나타 1200대

중앙일보 2014.04.25 00:05 경제 10면 지면보기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후보 기종으로 록히드마틴의 F-35A가 선정됐다. 2018년부터 항공기 40대를 도입하는 데 무려 7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일본·이탈리아·호주 등 세계적으로 국방비를 많이 지출하는 국가 대부분이 향후 5~6년간 많게는 수백 대씩 F-35를 구매할 계획이다. 신형 전투기 판매로 록히드마틴이 벌어들이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2013년 세계 항공 및 방위산업의 규모는 무려 800조원에 달하고,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특성과 군사력 강국의 거대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 구조에 따라 수익성도 매우 높다. 그래서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주요 방위산업체의 수익률은 10%를 넘나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주국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주요 무기의 국산화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이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수출액이 34억 달러까지 늘었다.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의 뒤를 이어 무기 수출 5위를 차지하는 쾌거다. 필리핀과 이라크에 수출하게 된 국산 경전투기 FA-50 한 대의 수출액은 쏘나타 1200대의 수출 가격에 맞먹는다. 그만큼 고용 창출과 기술 개발 등 경제 유발효과도 크다. 또 후속 군수지원, 부품 및 정비, 훈련 등 추가 사업기회까지 고려하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자주국방이라는 국가 전략적 목표 외에도 방위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경제적 필요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방위산업이 미래의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계획과 군, 경제부처,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재래식 무기의 수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첨단 방위산업의 기술 수준 및 경험은 세계 수준과 비교해 아직 격차가 크다. 이 격차를 빨리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과거 우리나라 소비자가 기술적으로 미숙한 국산 TV나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전자·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냈듯 방위산업에도 유치산업 보호와 육성이란 시각도 필요하다.



 물론 유사시 전쟁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군의 요구는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다. 하지만 항상 최고 수준의 전력을 지향하기보다 작전 개념과 전쟁 억지력을 고려해 최적의 무기체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효율성 개념을 군에서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경제부처는 군의 무기 소요와 개발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중장기 예산을 편성하고 방위산업과 군 사이에서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민간 방위산업체도 연구개발비를 우리 군과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 기술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각국의 중장기 무기 소요와 도입 계획 등에 맞추어 수출 기회 발굴에 힘써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한국항공우주(KAI)의 잇따른 전투기 수출 계약 성사는 방위산업의 수출산업 육성을 위한 모범사례가 될 만하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47년간 유지해 온 무기수출 3대 원칙을 폐기하고 방위산업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일본의 막강한 중공업, 전자 및 소재 산업 역량을 감안할 때 일본 기업이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큰손으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도 한·일 양국 간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이후 일본 자위대는 자국에서 개발된 무기를 엄청나게 비싼 무장구입비를 지불하며 구입해왔다. 이를 통해 육성된 일본의 방위산업은 앞으로 일본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일 이후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통일 시대의 자주국방을 위해 우리 고유의 무기 체계와 독자적 첨단 무기 개발 능력이 꼭 필요함은 자명한 일이다. 통일 이전 안정적인 시장이 보장돼 있는 동안 방위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 역량과 생산 능력을 갖추는 지혜가 절실하다. 이는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민·관·군의 협력과 이해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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