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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TGV 접수작전

중앙일보 2014.04.25 00:05 경제 3면 지면보기
이멀트 GE CEO
미국 GE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멀트가 프랑스 고속열차 테제베(TGV)를 손에 넣으려 한다.


알스톰과 130억 달러 M&A 협상
북미 고속철도 사업 뛰어들 의도
성사 땐 미국 업체 중 첫 기술 보유
한국 현대로템과 경쟁 가능성
저지 나설 프랑스 정부가 걸림돌

블룸버그통신은 “GE가 테제베로 유명한 프랑스 알스톰을 사들이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24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협상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서다. 블룸버그는 “빠르면 다음주 인수합병(M&A)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가 전한 인수 가격은 130억 달러(약 13조5200억원) 정도다. 하루 전인 23일 현재 알스톰의 시가총액은 약 104억 달러였다. 25.2%가량 웃돈(프리미엄)이 보태지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인수가격은 다를 수 있다. 일단 알스톰 쪽은 “M&A 협상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협상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협상 소식만으로도 이날 알스톰 주가는 장 초반 13% 정도 오른 27.5유로에 달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알스톰엔 인수 시도가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장이 반겼다는 얘기다.



 최근 알스톰 CEO인 패트릭 크론은 경비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보기술(IT)과 보일러 생산 부문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직원 1300명 정도를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또 블룸버그는 “알스톰이 중국과 브라질 기업 등과 합작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M&A가 성사될 조건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알스톰 인수는 GE 역사상 가장 큰 M&A가 될 전망이다. 여태껏 GE가 해온 거래는 기껏해야 수십억 달러짜리였다. 그렇다면 GE가 130억 달러를 동원할 수 있을까. 문제 없어 보인다. GE는 현찰 890억 달러(약 92조5600억 달러)를 쥐고 있다. 이 가운데 63% 정도인 560억 달러(약 58조2400억원)를 해외에 비축해놓았다. 계약만 되면 이멀트가 언제든지 현금을 쏠 수 있다.



 GE가 알스톰을 흡수하면 TGV 기술을 장악한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GE가 1970년대 중반까지 기관차 등을 생산한 적은 있다. 하지만 요즘은 열차 엔진을 납품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사업부문 하나가 GE에 장착되는 셈이다.



 게다가 북미지역엔 고속 철도망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 현대로템이 TGV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고속열차를 앞세워 참여하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다. GE가 알스톰을 인수하면 TGV를 앞세워 참여할 게 뻔하다. GE-알스톰 M&A가 남의 일만이 아닌 이유다.



 GE와 알스톰은 발전설비 부문 메이저 플레이어들이다. GE는 천연가스 발전 터빈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알스톰은 수력발전용 터빈의 최대 공급처다. 알스톰은 전기의 송배전 시스템 부문에서 세계 3위다. GE가 알스톰을 흡수하면 세계 발전과 송전 설비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GE의 알스톰 인수가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만찮은 걸림돌이 버티고 있다. 첫째는 프랑스 정부다. GE 한국법인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가 TGV 기술이 외국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려고 지난해 하반기 한국 기업-알스톰 M&A 협상을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GE의 알스톰 인수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



 실제 알스톰이 GE에 팔리면 20세기 프랑스의 기술적 자존심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인 TGV가 외국에 넘어간다. 또 다른 하나는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다. 이 비행기는 고비용이 문제가 돼 2003년 운항이 중단됐다. 지금은 박물관 전시물 신세다.



 둘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공정거래 당국이다. 이들이 GE-알스톰 합병으로 발생할 발전설비 독과점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 바람에 GE가 M&A를 포기한 적이 있다. 바로 2000년 하니웰 인수 시도다. 블룸버그는 “(독과점 시비를 피하기 위해) GE와 알스톰이 M&A 협상을 시작하면서 관계 당국들과 의논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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