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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호텔서 애프터눈 티 데이트 … 귀족티 나네

중앙일보 2014.04.25 00:03 Week& 7면 지면보기
증권사에 다니는 박정민(오른쪽)씨가 어머니 김주원씨를 위해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둘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로비 라운지&바’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차는 곧 여유다. 또한 정성이다. 각박한 우리네 삶 속에서 잠시 팍팍한 일상을 잊고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때가 있다면, 그것은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일 터다. 정성스럽게 우려내고 따라낸 차 한 잔이면 특별한 말 한마디 없어도 상대방의 진심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일까. 가족에서부터 비즈니스 파트너 사이까지 차를 통해 소통하는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 끄는 티 전문점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주말 오후에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함께 마시는 딸이 있는가 하면, 딱딱한 브리핑을 티 하우스에서 열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즈니스맨도 있다. 이와 함께 티 전문점이 늘고 있다. 각자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각양각색의 장소들을 추천한다.



모녀가 함께 즐기는 호텔 애프터눈 티



영국의 차 문화인 애프터눈 티를 가장 손쉽게 즐기는 방법은 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각종 디저트가 담긴 3단 접시에 고급 차를 맛볼 수 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박정민(27·여)씨는 최근 어머니 김주원(58·주부)씨와 호텔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데이트’를 했다. 박씨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며 “약사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어머니께 하루 만이라도 주부가 아닌 여자로서의 우아함을 누리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이렇게 모녀 단위로 호텔 애프터눈 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강승문 식음운영부문장은 “애프터눈 티를 이용하는 고객이 2012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모녀 고객이나 친구끼리 가볍게 차와 디저트를 먹으며 담소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하이 티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차 브랜드인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의 대표적인 차 7가지에 영국 ‘인터컨티넨탈 런던 파크레인’ 베이커리가 개발한 15가지의 티 푸드를 제공한다. 가격은 세금·봉사료 포함 1인당 3만7000원.



 특급 호텔의 애프터눈 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세종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추천한다. 2명에 3만9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차와 함께 한끼 식사 대용으로 손색없는 샌드위치가 디저트와 함께 3단 접시에 함께 나온다. 여기에 유명 작가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는 호텔 내 갤러리 관람은 덤이다.



‘패션 피플’들의 인기 장소 ‘TWG Tea’



올 초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TWG Tea’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차 브랜드인 TWG Tea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티살롱&부티크다.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즐비한 청담동에 위치한 차 전문점으로 트렌드 세터(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한국공식수입업체인 나드 F&B의 윤상연 본부장은 “배우 고소영·유인나씨와 가수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이나 톱디자이너들이 지인과 함께 방문해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등 유명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우선 황금빛 외관과 클래식한 내부 디자인부터 화려함을 자랑한다. 전 세계 29번째로 생긴 티살롱&부티크로, 단독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1층은 다양한 차 제품과 디저트를 파는 부티크로, 2층은 차와 디저트를 마실 수 있는 살롱으로 꾸며져 있다. 애프터눈 티 세트는 물론 800여 종류의 차를 갖추고 있으며 이 중 500여 가지를 주문할 수 있다. 싱가포르 본사에서 교육을 받은 4명의 티 마스터(전문가)가 티를 우려준다. 모든 차는 브랜드 창립자인 타하 북딥 회장이 개발하고 그의 부인이자 커뮤니케이션 상무이사인 머란다 반스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사쿠라 사쿠라’ ‘실버 문’ 등 메뉴를 보며 맛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차로 우려낸 스콘과 머핀, 차로 만든 마카롱과 티 잼, 티 젤리 등 차를 이용한 독특한 티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차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 세트(오후 3~6시)는 세 종류로 2만5000~3만5000원. 티와 티 푸드를 따로 주문해도 된다.



주부들의 우아한 놀이터 ‘르쁘띠베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르쁘띠베르’는 르코르동블루 숙명아카데미 출신의 박정아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곳이다. 4년 전 베이킹 스튜디오로 문을 열 당시엔 차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몇 개만 놓인 공간이었지만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부턴 아예 디저트 카페로 이름을 바꾸고 공간을 넓혔다. 공주풍인 카페 분위기에 29세의 젊은 여사장이 운영하는 곳이지만, 알고 보면 그는 결혼 6년 차 주부에 인심이 후해 ‘르 사장’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눈으로만 보시오’라고 적힌 다른 디저트 카페와 달리 고객이 직접 고른 티 포트(주전자)와 찻잔에 차를 내준다. 서로의 차를 맛보라고 작은 잔도 별도로 제공한다. 재미있는 건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할 경우 레이스 장갑을 준다는 점이다. 기왕 기분 낼 거라면 레이스 장갑을 끼고 여왕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라는 거다. 그는 “친구에게 찻잔 세트와 차를 선물했는데 친구가 ‘아이를 재우고 혼자 찻잔을 들여다보며 차를 마셨다. 찻잔 속의 작은 나만의 공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는 인사를 받았다”며 “주부들이 이곳에 와서 여왕이 된 듯,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듯 우아함과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파티시에가 차를 이용해 개발한 요거트나 마카롱 등 이색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차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 세트는 1인당 2만8000원, 차만 주문할 경우 1만~1만3000원. 케이크 등 디저트류는 7400~8300원.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북스쿡스’



서울 가회동에 있는 북스쿡스는 한옥에서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전통차를 파는 게 어울릴 법한 외관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마당에 서양식 오픈 키친이 펼쳐진다.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양쪽 벽면으로 이곳 주인인 정영순 대표가 10년 이상 모아온 티 포트와 찻잔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열앨버트·웨지우드 등 고급 티 웨어는 물론 150년 이상 된 중국 그림이 핸드 페인팅 된 앤티크 제품 등이 전시돼 있어 작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정 대표는 영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을 따라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영국의 차와 음식을 공부했다. 이 때문에 티와 티 푸드, 티 웨어 모두 정통 영국식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대사관이 대사관저 행사에 이곳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분위기 있는 티 하우스에서 차와 디저트를 함께 먹으며 사업 브리핑을 하는 비즈니스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사업 파트너에게 편안함과 함께 잘 대접받았다는 만족감을 줘 실제 계약 성사 확률이 높다고 한다”고 말했다. 차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 세트의 경우 1인당 2만8000원으로 하루 전 사전 예약해야 한다. 차는 1만2000원, 케이크류는 6000원.



자유분방 실속파를 위한 티 룸 ‘딜마’



차 문화에 대해 아직 익숙지 않거나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흔한 동네 카페 같은 분위기의 딜마를 추천한다.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티 룸으로, 스리랑카 티 브랜드인 딜마를 수입하는 딜마코리아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문을 여는 순간 진한 홍차 향이 밀려들며 이곳이 차 전문점임을 알려준다. 스리랑카 브랜드이기 때문에 영국식의 격조 있는 티 웨어나 화려한 티 푸드는 없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홍차를 즐길 수 있다. 딜마 홍차 한 잔에 7000원, 아이스티는 8000원, 밀크티는 9000원이다. 여기에 곁들여 먹는 티 푸드는 케이크 5종류 6000원, 푸딩 2종류 4000원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켜 먹는 가격과 다름없다. 딜마 티 잎이나 티백도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에는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을 위해 메뉴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놓고 있다. ‘티 마스터가 내려 맛 없는 따뜻한 커피’. 홍차 전문점이니 가급적 홍차를 주문하라는 위트 있는 경고문이다.



글=김경진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 김경진 기자, 각 사 취합. 촬영 협조=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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