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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아름답다, 나는야 스파이더걸

중앙일보 2014.04.25 00:03 Week& 4면 지면보기
등산학교 체험에 나선 김아라씨가 유마르를 이용해 직벽을 오르고 있다.


아웃도어스쿨 열 번째 수업은 국내 등반 교육의 산실 한국등산학교 1박2일 체험이었다. 1994년 문을 연 한국등산학교는 지난 40여 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본래 등산학교는 주말을 이용해 6주 과정으로 열리지만 ‘아웃도어스쿨’에서는 1박2일 체험 과정으로 대신했다. 한국등산학교 장봉완(62·네파 홍보대사) 교장과 구은수(44·네파 홍보대사) 대장 등이 독자 10명과 함께했다.

[중앙일보·네파 공동기획 아웃도어스쿨] ⑩ 등산학교



일상생활 도움 되는 응급처치와 매듭법



지난 18일 오후 8시. 독자 10명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 도봉산대피소에 속속 도착했다. 한국등산학교의 본거지인 도봉산대피소는 현재 민간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국립공원 안 산장(山莊)’이다. 대피소 위에 우뚝 솟은 선인봉(708m)은 북한산 인수봉(803m)과 함께 우리나라 암벽 등반의 메카다. 산악인들은 선인봉 아래 한국등산학교 출신 암벽 등반가를 ‘선인파’라고 부른다. 한국등산학교 입소가 곧 암벽 등반의 입문인 셈이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한국등산학교 과정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강사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합니다. 오늘 밤은 2시간 동안 이론교육을 하고, 내일 오전 6시 산악구보를 시작으로 실전에 들어갑니다.”



 대표강사를 맡은 구은수 대장이 비장하게 말했다. 곧바로 짐을 풀고 대피소 마당에서 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됐다. 산에서 먹고 자고 걷는 생존 능력이 등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후 대피소 2층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응급처치 강의가 진행됐다. 오랫동안 한라산 산행 가이드로 일한 김성철(44) 강사가 산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수십 가지 안전사고에 대해 하나씩 설명했다. 그중 광견병에 대한 얘기가 수강생의 흥미를 끌었다.



 “광견병은 후진국에 많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발생해요. 왜일까요? 늘어난 등산 인구 때문입니다. 원인은 개가 아니고 너구리입니다. 산행 중에 너구리를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는데, 사람들이 귀엽다고 먹이를 던져주다가 물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야생동물에게는 절대 먹이를 주면 안 됩니다. 동물이나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김성철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들이 “아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조민수(41) 강사의 매듭법이 이어졌다. 매듭법은 등반의 기초가 되는 기술이다. 안전벨트와 로프를 이용해 암벽을 오르는 등반에서 줄을 묶는 요령은 등반자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쓰는 8자 매듭부터 설명했다.



 “8자 매듭은 등반할 때 안전벨트와 등반 로프를 묶을 때 많이 씁니다. 이 매듭은 추락할 때 충격을 잘 견디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가장 필수적인 매듭법이고요.” 조 강사가 시범을 보였지만 초보자에겐 쉽지 않았다. 조 강사는 “등반에서 쓰는 매듭법은 등반뿐 아니라 부상자 구조,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므로 집에 가서 연습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① 유마르를 이용해 등반하고 있는 등산학교 체험자들. ②③ 등산학교 체험자들이 도봉산에 설치한 티롤리안 브리지를 이용해 계곡을 건너고 있다.


로프 매달려 계곡 이동 … 티롤리안 브리지



이튿날 오전 6시 정각 대피소 마당에 수강생이 집합했다. 본래 커리큘럼에서 산악구보는 도봉산 매표소로 하산한 다음, 다시 대피소까지 뛰어올라오게 돼 있다. 이날은 약식으로 대피소에서 마당바위까지 산행한 뒤 다시 내려왔다. 아침을 지어먹은 뒤 등반 장소로 향했다. 암벽 등반 입문 교육은 ‘소(小) 슬랩’에서 시작됐다. 경사 40도 이하,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매끄러운 바위다.



 “흙길이나 바위를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등반의 기본입니다. 바위를 오를 때는 신발 앞쪽과 바위의 마찰력을 이용해 올라가야 합니다. 깎아지른 바위도 마찬가지예요. 힘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마찰력을 이용해 이동해야 합니다.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장봉완 교장의 설명이다. 장 교장은 등산학교에 들어오면 등반 능력 못지 않게 단결심과 협동심을 가르친다고 했다.



 “한국등산학교는 전통적으로 기율이 엄격합니다. 자부심도 강하고요. 특히 타인에 대한 배려와 단체의 협동심을 우선합니다. 등반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파트너와 함께하게 돼 있습니다. 파트너를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소 슬랩을 마치고 ‘종합교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소 슬랩보다는 가파르지만 너른 바위가 있는 장소다. 여기서 로프를 이용한 하강과 등반 등을 배우게 된다. 체험자 10명 중 암벽 등반을 배운 사람은 두세 명, 나머지는 초보자였다.



 체험자 모두가 등반과 로프 하강, 유마르(Jumar·로프에 묶어 몸을 끌어올리는 등반 기구) 등반을 무사히 마쳤다. 특히 유마르라는 기구를 이용하면 자기 실력 이상의 암벽을 오를 수 있다. 장 교장은 “등산학교 정규반은 연령대가 다양해 실력 차가 있는데 오늘 수강자가 모두 젊은층이라 그런지 아주 잘한다”라고 칭찬했다.



 특히 유마르 등반은 체험자 모두 처음이었지만 한 명도 포기하지 않았다. 체험자 모두가 유마르 등반으로 암봉 꼭대기까지 올랐다. 체험자 안형석(41)씨는 “아래에서 볼 때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니 너무 힘들었다”며 “체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등산학교 장봉완 교장.
 등산학교의 마지막 수업은 ‘티롤리안 브리지(Tylorean Bridge)’였다. 이탈리아 남티롤에서 유래한 기술로 꼿꼿하게 솟은 침봉과 침봉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고안됐다. 계곡 사이에 로프를 묶고, 등반자의 안전벨트에 달린 카라비너(등반용 쇠고리)를 이용해 이동한다. 갑자기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고립된 사람을 구조할 때 많이 사용하는, 장마철이면 한 번쯤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기술이다. 여름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체험할 만하다.



 브리지 설치는 경험이 많은 등산학교 강사들이 맡았다. 60m 로프 2동과 갖가지 등반기구를 이용해 종합교장 암봉 위에서 건너편 바위 소나무까지 약 30m 길이의 줄다리가 만들어졌다. 장 교장을 비롯해 이날 강사로 참여한 5명 중 4명은 서울시 산악조난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티롤리안 브리지 설치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다.



 한 사람씩 차례차례 계곡을 건너기 시작했다. 티롤리안 브리지는 반드시 줄 2개를 걸게 돼 있는데, 윗줄에 확보용 카리비너를 걸고 아랫줄에 이동할 수 있는 고리를 연결한다. 이날 설치한 티롤리안 브리지는 경사가 있어 케이블카를 타듯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홍수가 난 계곡에서 브리지는 대부분 수평 지대에 매달린 사람이 줄을 당겨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힘이 더 든다. “이렇게 한번 경험하고 나면 나중에 위급 상황에 닥쳤을 때 좀 더 침착할 수 있겠지요.” 장 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티롤리안 브리지를 모두 마친 시각은 오후 3시, 짧지만 알찬 교육이 마무리됐다. 김아라(26)씨는 “산 벚꽃이 만발한 도봉산 암벽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경험이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고, 경남 거제에서 올라온 박선아(33)씨는 “앞으로 정규반에 등록해 더 많은 등산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초보자 명심보감



◆강습=한국등산학교에서는 일년에 두 차례, 봄·가을에 정규반을 운영한다. 암벽 등반은 물론이고 독도법과 GPS 사용법, 구급법과 응급처치, 야간 산행과 비바크(텐트 없이 야영), 조난 시 대처 방법 등 산악 활동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사고에 대한 기술과 요령을 가르친다. 현재 80기생이 교육 중이며, 다음 학기는 오는 9월 시작된다. 강의 기간은 6주이며 수강료는 40만원, 수강 인원은 70명이다. 이외에도 암벽반과 동계반·특별반 등이 일년에 한 번씩 열린다. 암벽반은 오는 8월 9일부터 설악산에서 7일간 열리며, 동계반은 내년 1월 설악산에서 일주일간 진행된다. 수강료는 각각 40만원이다.



◆장비=등산학교에 입학하면 신발을 제외한 나머지 장비를 빌릴 수 있다. 신발은 마찰력이 좋은 암벽화가 있어야 한다. 10만원이면 괜찮은 암벽화를 구입할 수 있다.



※아웃도어스쿨 열한 번째 수업은 ‘오지 캠핑’입니다. 아웃도어 매니어 이정준(46) 강사와 함께 5월 10∼11일, 경북 울진 왕피천에서 진행됩니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school.nepa.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선발 인원은 10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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