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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한국처럼 러시아 부모도 '~사' 좋아해

중앙일보 2014.04.25 00:02 8면 지면보기
세체노브 의과대학에서 실험 중인 학생들. 의대는 요즘 러시아에서 젊은이의 선망직업으로 뜨고 있다. [이타르-타스]


변호사와 의사, 경제학자. 고등경제대학이 러시아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장래에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지 의견을 물은 데 따른 선호 직업 1~3순위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대도시들에서는 학자와 엔지니어, 기업가, 프로그래머, 번역가도 인기 직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창조적 직업은 직장을 잡고 안정된 수입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었다.

고등경제대학에서 조사한 '자녀 직업 선호도'



고등경제대학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사람들은 자녀의 바람직한 직업으로 변호사(24%), 의사(21%), 경제학자와 회계사(19%), 기업가와 군인, 프로그래머, 시스템 관리자(14%), 엔지니어(13%), 건축가와 디자이너(10%), 번역가(9%) 순으로 꼽았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자녀가 예술가와 작가, 화가 등 창조적 직업 종사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은 총 3%로 극소수에 그쳤다. 정치가, 운동선수, 저널리스트, 특수기능직 종사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은 6~7%로 이보다 조금 많았다.



‘국민혁신운동모니터링’ 연구 프로젝트 관리자이자 고등경제대학 연구원인 콘스탄틴 푸르소프는 “변호사와 경제학자가 안정된 수입과 장래성 있는 직업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언제나 최고의 직업으로 간주됐지만, 졸업반 학생을 둔 부모들 사이에서 의사 직업은 최근에 더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개인 의료사업과 임의보험제도가 발전하면서 의사들의 수입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의 인재 수요는 의사 수요에서만 일치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의학과 공학, 자연과학 전공 분야에서 러시아 대학 학생 정원을 늘렸다. 러시아연방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경제’와 ‘경영’ 전공 신입생 모집 인원은 19.8% 줄었다.



고등경제대학 자료를 보면 고교 졸업반 학생 4명 중 한 명은 직업 선택 시 부모의 의견을 따르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미래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반 학생 대다수가 부모의 의견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한 견해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노동심리학 실험실 연구원인 심리학 박사 이리나 블린니코바의 말이다. “이들은 나이 때문에 부모의 의견에 그냥 동의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에서는 다른 경향도 늘고 있다. 자녀에게 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자녀가 가고 싶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라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다.”



리크루팅 전문 포털 사이트 Superjob.ru는 졸업반 학생들의 직업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높은 수입과 빠르고 손쉽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직업의 품격과 사회적 신분, 자아실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중시하는 졸업반 학생은 열 명 중 한 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Superjob.ru 자료에 따르면 졸업 이후 전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 졸업생은 ‘경제학’ 전공 약 30%, ‘법학’ 전공 52%, ‘보건’ 전공 72%로 나타났다.



블린니코바 박사는 “1990년대 러시아 사람들은 인문학 전공을 선호했다. 대학들이 심리학과 사회학, 외국어 학부를 대거 개설하기 시작했다. 이런 직업에 대한 수요가 시민들 사이에서 많았다. 소련 시절에는 이런 전공을 공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인문학부들은 굉장히 적었고 인문학부에 입학하는 학생도 극소수였다. 나머지 학생들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공학과 기술 전공 학부에 입학했다. 또 심리학자와 같은 직업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대 경향이 관측되고 있다. 블린니코바 박사는 “인문학 관련 직업 수요는 점차 줄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노동시장이 포화 상태인 것과 관련 있다. 요즘 고용주들은 기술 전공자들을 필요로 한다. 졸업반 학생들도 노동시장의 수요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하고 있다. 소련 시절에는 엔지니어들을 도덕성이 높은 존경할 만한 사람들로 대우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느리게나마 올바르게 이런 개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동·사회관계아카데미 총장인 코조킨 교수는 “최근 10년간 러시아에서 사회적 분화가 심하게 일어났다”며 “소련 시절 고교 졸업생들은 직업 선택 시 오늘날 학생들보다 심리적으로 더 자유로웠기 때문에 장래에 돈을 얼마나 많이 벌지를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관심사를 더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반 학생들이 시장 실용주의로 돌아섰다. 직업을 선택할 때 돈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장래에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들 중 많은 사람이 관리의 경력을 쌓고 싶어 한다”며 “졸업반 학생들이 아직은 엔지니어 직업을 꺼리는데 이들은 러시아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이 부문의 발전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전문가인 데니스 카민스키는 “젊은 전문가 대다수가 자신의 미래 직업과 경력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매우 혼란스럽게 생각한다”며 “일하고 싶은 10대 주요 기업 이름을 댈 수 있는 졸업생은 드물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이 인터뷰(공석과 관계없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답변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공과 지역, 성, 나이, 국적,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가 가스프롬·루코일(이상 석유·가스 회사), 애플·구글(이상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나스타시야 말체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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