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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러시아, 석유·가스 서방 제재 받아도 끄덕없다"

중앙일보 2014.04.25 00:02 1면 지면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7일 열린 ‘연례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유럽의 신(新)냉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의 목소리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7일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의 질문에 답하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4시간 생방송, 국민이 묻고 푸틴이 답하다



그는 “석유·가스로 러시아를 제재할 수 없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다. 국제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에 미국이나 유럽이 영향을 못 미칠 것이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굳건하다고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미국에 대해 각을 세웠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크림 문제에서 러시아의 잘못은 없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보호해도 되고 러시아는 안 되는가. 이중 기준을 들이대는 접근이 우리를 실망시킨다”고 비난했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대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70여 개 질문에 답했다. 대부분의 질문은 뜨거운 주제인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푸틴의 발언을 정리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군사력과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 무력이 국가 주권을 보장할 유일한 수단이라는 의미입니까?



“러시아는 크림을 무력으로 병합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특수부대와 군대의 도움으로 여건을 마련했으나, 크림 반도와 세바스토폴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지표명을 위한 여건만 조성했을 뿐입니다. 병합 결정은 주민들이 스스로 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러한 부름에 응답해 크림과 세바스토폴을 가족으로 맞아 들였습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다른 방법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제관계의 무력 요소는 언제나 있었고, 항상 존재하고 있으며, 확신컨대 앞으로도 존재할 것입니다. 문제는 크림에서 일어난 소요가 전혀 아닙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및 기타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려봅시다. 제가 보기에 세계가 일극 체제가 되어가거나,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려고 하면 이 일극에서는 환각이 일어나고, 모든 것을 무력으로만 해결하려 들 것입니다. 그런데 힘의 균형이 나타나면 합의하고자 하는 바람도 생기죠. 우리가 바로 이러한 길, 국제법을 강화하는 길을 따라 나아가길 바랍니다.”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위해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파견대를 도입할 계획이 있습니까?



“우리가 크림 반도와 함께하게 됐지만, 도취감에 빠져서는 안 되고 늘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첫째, 크림 반도의 민족구성은 우크라이나 동남부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크림 반도에서 러시아계와 비러시아계 비율은 약 50대 50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되돌리는 일에 관한 최종 결정은 오직 국민투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주민이 찬성표를 던진 투표 결과를 보고 저는 선택의 여지와 다른 해결책은 있을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이곳 상황이 어떤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러시아 해군 사병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17일 ‘국민과의 대담’을 경청하고 있다. [세바스토폴]
우크라에 '모스크바의 손' 있다는 건 말 안 되는 소리



-우크라이나 동부의 소요사태 배후에 러시아, 정확히는 ‘모스크바의 손’이 있어 사태를 조직하고 자금을 대고 있다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일절 러시아 부대, 특수요원, 교관이 없습니다. 전부 지역주민이죠. 가장 좋은 증거는 사람들이 단어의 정확한 의미대로 마스크를 벗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서방에 말했습니다. ‘그들은 갈 곳이 없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이 땅의 주인이니 그들과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요.



우리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주민들이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나는 ‘정당하고 훌륭한 요청입니다만 그렇다면 일반 주민들로부터 군대를 철수하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갔으니까요. 탱크, 병력수송장갑차, 대포를 끌어옵니다. 누구에게 쓰려고? 바보가 된 겁니까? 일제사격 체제를 갖추고 전투기도 날아다닙니다. 다음은? 이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타협을 모색하고 이곳 주민들의 합법적 이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해결돼야 합니다.”





-서방은 현재 가혹한 경제 제재, 봉쇄 및 고립으로 러시아를 위협합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공급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서방이 러시아 가스를 거부하면 러시아 국민의 복지는 어떻게 될까요?



“석유 및 가스 부문의 수입은 러시아 정부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는 경제 발전, 발전 프로그램 지원은 물론 사회보장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이런 말을 해드리겠습니다. 작년에 석유 수익은 1910~1940억 달러(198.5조~201조원), 가스 수익은 약 280억 달러(24조원)에 달했습니다. 차이를 느끼시나요?



석유는 세계 시장에서 판매됩니다. 여기서 노력한다면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까요? 시도해 볼 수 있겠죠. 그러면 그렇게 하는 측에 어떤 결과가 올까요? 우선, 어떻게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채굴량을 실제로 낮춰 세계 시장 가격을 낮추는 일은 사우디아라비아만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산책정 시 원유 가격을 1배럴에 85~90달러로, 러시아는 1배럴에 90달러로 계산했습니다. 즉 가격이 85달러보다 낮아지면 사우디아라비아 스스로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90달러에서 85달러로 가격이 낮아져도 우리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둘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매우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시리아 문제에 관해선 시각이 다르지만, 이집트 상황 개선에 관해서는 거의 완전히 일치합니다. 다른 여러 문제들에서도 시각이 일치합니다.



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크게 존경합니다. 그는 매우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과 러시아 경제를 위태롭게 할 급진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원에서 움직이고, OPEC에는 러시아 지지자가 많습니다. 생산량을 급감시킬 일이 있다 해도 OPEC 차원에서 동의를 얻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꽤 어려운 일이죠. 타격을 입히길 바라는 이들은 매우 많지만 기회는 한정돼 있습니다.



가스에 관한 얘기를 해봅시다. 러시아 가스는 주로 유럽 국가들에 수출되고 이 중 일부는 전체 가스 중 30~35%를 러시아 가스로 충당합니다. 러시아 가스 구입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불가능합니다.”



-크림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부 정책에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반대도 있습니다. ‘크림 사태 이후 러시아 사회에서 자유주의 야당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러시아에서 자유주의 야당의 입지가 굳건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혁명주의자 그룹은 고전에서 말하듯이 러시아 민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죠. 그러나 이들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동기나 관점의 차이로 인한 투쟁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들이 말하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말했다고 해서 1937년 때 그랬던 것처럼 수용소나 그 어떤 곳에 잡아넣을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사람들은 살아있고 건강하며 자신의 직업 활동에 잘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반격을 받거나, 다른 관점에 부닥친다거나 그들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을 때, 아시다시피, 지식인 중 일부는 그냥 이런 일을 못 견뎌 하는 사람도 있죠. 우리는 당연히 다수의 의견에 기반하고 이에 입각해서 결정을 내리고 대내외 정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소수자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미국은 자국 이익 보호해도 되고 러시아는 안 되나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어떻게 진전시키느냐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러시아와 미국이 라이벌이 아니라 진정한 동맹국이 될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신뢰를 상당히 상실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왜 일어났습니까? 러시아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그들의 접근방식이 우리를 실망시킨 것입니다. 미국이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한 것처럼 한 겁니다. 미국은 되고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서는 안 되는 겁니까? 이러한 입장에는 그 어떤 논리도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상호 이해를 고려하고, 합의를 도출하며, 국제정치에서 이중 잣대와 거짓말을 몰아내고, 앞서 언급한 힘의 논리가 아니라 국제법에 더 많은 관심과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 러시아도, 당연히, 이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러시아와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절충안은 제3국 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의 정치 세력 간에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웃 국가들은 이를 지지하고 유지해 줄 뿐이죠.”



-러시아와 유럽 관계에는 미래가 있습니까?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하나 된 유럽에 살게 되나요, 아니면 동과 서가 나뉘어진 두 개의 유럽에서 살게 되나요?



“러시아의 가치는 유럽의 가치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 한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지만 핵심 가치는 동일합니다.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하나의 유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길로 간다면, 유럽의 가치와 유럽의 국민에게서 분리된다면, 글자 그대로의 분리주의가 자리 잡게 될 것이며, 우리 모두는 사소하고 지루한 존재가 되어 세계의 발전은커녕 우리 러시아의 발전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유럽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의향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유럽 파트너들의 계획에 어떤 차질도 빚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개인 간의 신뢰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핵심 사안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가 강경 입장을 보인 원인 중 하나는 나토의 동진정책 확대입니다. 나토는 계획대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안전에 실제적인 위협이 시작되는 레드 라인인 나토의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과거 나토는 우리에게 독일이 통일돼도 나토의 동진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구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를 비롯해 발트 3국, 구소련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동쪽으로의 확대가 지속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군사블록이 러시아의 국경을 향해 다가온다면, 러시아가 불안을 느끼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러시아는 일정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는 당연히 대응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크림 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결정도 부분적으로는 이에 기인합니다. 물론, 최우선 순위는 크림 주민을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한순간 바로 그 원칙에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며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상관하지 마.” 그리고 러시아 해군의 영광이 서려 있는 도시, 세바스토폴을 차지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펀치를 날렸을 겁니다. 그랬다면 러시아에 커다란 지정학적 의미를 남겨주었겠죠. 러시아는 사실상 흑해에서 쫓겨나는 것이니까요.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그에 따라 대응해야 합니다.



똑같은 일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구축 관련 협상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방어 체제가 아니라 주변 국가에 배치된 공격 체제의 일부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말합니다.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니, 우리를 믿어주오.’



그러나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국경 근처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러시아의 미사일, 러시아의 육상 기반 전략 미사일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파트너 미국은 이것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쓴 법적 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믿기 어려우실 테지만 사실입니다. 이렇게 묻고 싶어지네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서명을 안 하는 거죠?’”



엘레나 김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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